
“모든 것이 모든 것에서 한꺼번에 변하고 있다. 자본의 경쟁, 이젠 지긋지긋하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신철 집행위원장의 선언이다. 사실상 제작비라는 대규모 자본을 전제하지 않으면 영화를 제대로 만들 수 없는 지금까지 현실이 이제는 달라지고 있고, 또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라는 규정이자 기대이다.
신 위원장에 따르면 이제는 “상상력의 경쟁”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AI이다. 제작비 규모에 기대지 않고 AI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상상력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5일 막을 연 ‘BIFAN+ AI 국제콘퍼런스’는 신 위원장의 선언과 규정과 기대 그리고 그와 관련한 미래 전망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다. 오는 8일까지 부천아트센터 소공연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와 실험의 장을 펼친다.
이날 공개한 두 편의 개막작은 올해 ‘BIFAN+ AI 국제콘퍼런스’이 가는 길을 가리켰다.
지난해 ‘원 모어 펌킨’으로 지난해 두바이 국제AI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AI영화 제작의 선두에 선 권한슬 감독의 ‘브루탈 서울(Brutal Seoul)’이 첫 번째 작품이다. 2048년 폐허가 된 서울을 배경으로 잔혹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상을 그려낸 영화는 현재 장편으로 제작 중이다. 이날 권 감독은 그 하이라이트 영상을 소개하며 개막식 참석자들로부터 경탄의 박수를 받았다.
또 다른 한 편은 ‘컬러 오브 마이 정원(Color of My Garden)’이다. 로이 오 감독이 제작한 25분 분량의 단편영화로, 멕시코의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생생하게 재현한 캐릭터와 화려하고 진한 색채의 배경을 이루는 감수성이 강한 인상을 안긴다.
로이 오 감독은 의학 관련 직업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일주일 만에 작품을 완성한 그에 대해 신철 집행위원장은 “이제 다양한 영역에서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특정 분야가 부흥할 때 특히 그렇다”며 새로운 ‘연출자’들을 반겼다.
물론 AI가 창작에 있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다채로운 영화 제작의 흐름, 콘텐츠의 다양성을 채워가는 또 하나의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BIFAN+ AI 국제콘퍼런스’는 AI 또는 AI영화가 그려낼 미래를 그저 밝게 바라보는 무대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AI영화 제작의 경험과 현재 경향, 향후 나아갈 길은 물론 이에 대처하는 배우와 감독, 제작자 등 영화 창작자들의 고민을 심도 깊게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영화아카데미와 함께 AI 교육의 현황을 짚고 미래를 내다볼 예정이기도 하다.
이날 ‘BIFAN+ AI 국제콘퍼런스’ 개막식에 참석한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CNC) 가에탕 브뤼엘 대표의 축사는 그런 면에서 새겨들을 만하다. 영화와 영상산업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CNC를 이끌고 있는 그는 “영화는 산업이면서 예술”이라면서 “AI가 몰고온 예술 창작의 창의적 혁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전 세계 영화계 앞에 놓인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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