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서워서 제대로 못 봤다는 말이 칭찬 같이 들려서 기뻤어요.”
배우 이선빈이 영화 뒤풀이 자리에서 지인에게 들은 관람 소감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간만에 볼 만한 공포영화가 관객을 만난다. 그 영화는 오는 25일 개봉하는 ‘노이즈’ 다. 1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 작품으로 데뷔 이래 첫 스크린 단독 주연을 한 이선빈을 만났다. 전날 시사회 반응이 기쁜 듯 이선빈은 “시사회 이후 도파민에 중독돼서 아침까지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시사회에 (오)정세 오빠, (한)선화 언니, (정)은지 언니, (노)정의…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셨어요. ‘무서워서 잘 못 봤다’ ‘고생했다’라는 말을 하는데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것을 다 보상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이날 시사회에는 이선빈과 8년째 공개 교제 중인 이광수도 참석했다. 이선빈은 “(이광수가) 무서운 걸 잘 못 보는 사람인데 시사회를 왔다”며 “전해들은 말로는 보다가 놀라서 팝콘을 쏟았다고 하더라”며 웃음을 지었다.

●”공포 마니아라 더 출연 망설였다”
‘노이즈’는 이사한 아파트에서 실종된 동생을 찾아나선 언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선빈은 동생을 찾는 과정에서 층간소음과 아랫집 남자의 협박에 시달리며 점점 피폐해져 가는 언니 주영을 연기했다.
이선빈은 자신을 공포 영화 마니아로 소개했다. 그 동안 공포 영화의출연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너무 좋아하는 장르여서 오히려 출연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제가 원래 진심인 분야에 대해서는 굉장히 신중한 편이에요. 공포 영화가 신인배우의 등용문이라고 하잖아요. 저도 신인 때에 많은 작품의 제안을 받았죠. 그런데 너무 좋아하고 팬이니까 잘 표현하지 못할까봐 오히려 선택할 수 없더라고요.”
그랬던 마음을 바꾸게 한 것이 ‘노이즈’다. 이선빈은 “층간소음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 않냐”며 “공포 영화에 특화된 배우뿐 아니라 평범한 이선빈도 연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연기를 한 번 해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장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다음에 또 공포 영화가 들어오면서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겠다”고 너스레를 놨다.

●”미움받을 용기 부족한 사람”
‘노이즈’는 이선빈이 2016년 JTBC 드라마 ‘마담 앙트완’으로 데뷔한 이후 스크린에서 처음 홀로 극을 이끄는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촬영하는 내내 부담감이 컸다고 고백했다.
“매 작품을 하면서 부담감을 느끼지만 ‘원톱’이라는 건 정말 무서운 것 같아요. 주연배우가 아프기만 해도 촬영이 취소되는 상황이 생기니까 부담감이 극에 달했죠. 제가 사실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한 사람’이에요. 같은 실수에 대해서 남한테는 관대한데 자신에게는 인색해요. 다른 사람 눈치도 많이 보는 편이고요. 이런 성향이 일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노이즈’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이선빈은 부담감을 떨쳐내고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동료들의 도움 덕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현장에서 제가 지칠 때마다 (김)민석 오빠, (류)경수 오빠, (한)수아가 기운을 북돋워줬어요. 저도 ‘한 까불’하는데 민석 오빠는 개인기가 한 88개쯤 있어서 지칠 틈이 없었어요. 작품에서도 모든 배우들이 임팩트 있게 나오니까 지루할 틈이 없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정말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아서 감사했어요.”

●”때가 있는 배우…조금씩 도전 시도”
‘노이즈’는 이선빈의 새로운 얼굴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술꾼도시들’ ‘소년시대’ 등 안방극장에서 주로 밝고 활달한 역할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던 이선빈은 이번 작품에서는 웃음기 거둔 얼굴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창피한 얘긴데, 연기를 시작할 때에는 원하는 대로 다 되는 줄 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 행운을 타고 나는 배우도 있지만 저라는 사람은 때가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른 살이 돼서야 조금씩 도전이라는 걸 해보고 있어요. ‘노이즈’가 그렇게 선택한 작품이에요.”
‘노이즈’ 이후에 개봉할 또 다른 주연 영화 ‘숨비소리’에서도 이선빈은 낯선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다. ‘숨비소리’는 서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향인 제주로 돌아온 여성의 이야기로 ‘노이즈’와 같은 시기에 선택한 작품이다. 진지한 얼굴의 이선빈을 만날 수 있다.
“누군가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좀 더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한 분이라도 좋게 봐주신다면 저는 만족해하면서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계속 도전하면서 연기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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