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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슬전’ 기획] 우리는 왜 ‘구도원 선배’에 열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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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원 선배로 활약한 배우 정준원. 사진제공=tvN

“그리고 앞으로 저희 1년차는 제가 혼내겠습니다. 잘못한 게 있으면 저한테 바로 말씀해주세요. 제가 혼내겠습니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서 전공의 허선빈(하윤경)은 인턴 장윤복(조이현)에게 ‘인턴 때는 요구르트에 빨대만 꽂아줘도 선배한테 반한다’고 말한다. 불안정하고 지친 시기에는 작은 친절도 쉽게 호감으로 느껴지는 만큼 ‘좋아한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선배의 충고였다. 병원 생활 초창기는 누구라도 쉽게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구도원(정준원)은 그 착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인물이다.

마지막 이야기를 남겨둔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극본 김송희·연출 이민수)의 인기 중심에 ‘구도원 선배’가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이번 드라마는 종로율제병원 산부인과를 배경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듬직한 의사로 거듭나는 레지던트 1년차 4명의 이야기를 그린다. 오이영(고윤정) 표남경(신시아) 엄재일(강유석) 김사비(한예지)의 성장통과 함께 다정하고 든든하며 어른스럽지만 때로는 허술한 4년차 구도원도 있다. 구도원은 좌충우돌하며 커 나가는 신입 전공의들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모두가 선배로 두고 싶은 ‘이상적인 로망’을 자극하고 있다.

구도원은 병원 내에서 ‘전설’로 통한다. 교수들에게는 ‘구반장’ 후배들에겐 ‘구신’으로 불리는 믿음직스러운 그는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났다가 해결한 뒤 홀연히 사라지는 마치 ‘슈퍼맨’ 같은 존재다. 구내식당에서는 아침 1등, 수술 사이 편의점 단팥빵과 커피 원샷, 수요일 테니스, 금요일 넷플릭스에 맥주 두 캔 등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루틴은 업무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빠른 판단력과 일처리 속도, 센스로 산부인과의 응급 상황을 진두지휘한다.

구도원을 연기하는 정준원(왼쪽)과 오이영 역의 고윤정. 사진제공=tvN

구도원은 병원에서는 냉철하고 여유로운 4년차 전공의로, 후배와 환자들에게는 따뜻하고 다정한 선배로 다가선다. 오이영이 펠로우 명은원(김혜인)의 실수로 수술 중 마취과에게 질책을 받는 부당한 상황에 처하자 구도원은 ‘앞으로 1년차는 제가 혼내겠다’며 억울함에 빠진 이영의 방패가 되어준다. 예의 바르면서도 정중하게 하지만 단호하게 ‘내 후배’를 지키는 도원의 모습은 이영이 그에게 반하는 순간이자 시청자들도 ‘구도원 앓이’를 시작하게 된 시점이다.

그렇다고 마냥 후배들을 감싸지만은 않는다. 이영은 인턴 탁기온(차강윤)이 연이은 실수를 하자 환자 앞에서 “말 시키지 말고 꺼져 있어”라고 막말을 했다. 이를 목격한 구도원은 오이영을 불러내 잘못을 지적했다. “혼낼 거면 따로 불러서 일대일로 혼내야지” “오이영 선생 때문에 환자들 탁기온 선생한테 처치 받고 싶어하지 않을 거야. 인턴이야. 병원 들어온 지 세 달도 안 된 인턴”이라고 말하면서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게 만들며 잘못을 스스로 돌아보게 만든다. 현명하고 성숙한 구도원의 모습은 누구나 본받고, 닮고 싶어하는 롤모델이다. 

● 신원호 PD 보석함에서 나오다…정준원의 전성시대

구도원의 인기 덕분에 정준원은 2015년 데뷔 이후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독립영화 ‘조류인간’으로 데뷔한 그는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왔지만 드라마 주연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 처음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연출자이자 이번 드라마를 기획총괄한 신원호 PD는 “오래전에 오디션을 보고 보석함에 넣어둔 배우”라며 오랜 시간 정준원을 눈여겨봐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준원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오디션에도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적으로 성숙하고 믿음직한 ‘어른 남자’가 구도원을 연기하기를 바랐다던 신원호 PD는 “어른스럽지만 딱딱하지 않고 허당스러운 면을 갖춘 배우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준원에 대해 “그동안 연기력을 탄탄하게 다진 데다가, 인간적으로도 일상에서도 매력이 돋보인다”며 그를 ‘일상미를 가진 배우’라고 강조했다. 신 PD의 말처럼 정준원은 다정한 눈빛과 부드러운 말투 그리고 필요할 땐 분명한 태도까지 자연스럽게 구도원을 그려내며 ‘정준원 전성시대’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고윤정(왼쪽)과 정준원.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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