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전설로 불렸지만 지금은 병들어가는 킬러 조각, 그 앞에 나타난 잔혹한 젊은 킬러 투우,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드러나는 둘의 비밀스러운 관계, 그리고 이들이 거쳐왔던 처절한 과거의 이야기가 차츰 관객의 마음까지 자극하고 있다.
영화 ‘파과'(감독 민규동·제작 수필름)가 지난달 30일 개봉 이후 3주째에 접어든 12일에 이어 13일에도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개봉 초반 ‘야당’과 ‘썬더볼츠*’ 등의 기세에 밀려 4~5위에 머물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의 재미와 가치를 알아본 관객층이 형성되고 입소문이 확산하면서 역주행에 성공했다. 13일까지 누적관객이 41만9612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불과하지만 순위 상승에 힘입어 장기 상영의 발판도 마련했다.
‘파과’는 사회를 악으로 물들이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일을 해온 킬러 조각의 이야기다. 배우 이혜영이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60대 킬러 조각 역을 맡아 스산한 삶을 살아온 인물이 꼭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를 지키려고 목숨을 내놓는 과정을 그린다. 투우 역의 김성철도 극을 책임지는 주역이지만 이들 못지않게 주목받는 존재가 있다. 조각의 젊은 시절인 손톱 역을 소화한 배우 신시아다.
2022년 영화 ‘마녀2’로 데뷔한 신시아에게 이번 영화는 두 번째 출연작이다. 조각이 어떤 사연으로 킬러가 됐는지, 지금의 조각이 있기까지의 비극을 몸소 겪은 젊은 시절의 모습이 신시아를 통해 완성된다. 고난도 액션을 소화했던 데뷔작 ‘마녀2’에서 쌓은 액션 실력은 이번 ‘파과’에서도 아낌없이 발휘된다. 갈 곳 없이 거리를 떠돌던 손톱이 류(김무열)가 내민 손을 잡고 킬러의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악인들을 가차 없이 처단하고, 류의 복수까지 실행하는 모습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연기 경험이 적은 신인이지만 이혜영, 김무열 등 베테랑 배우들에 견줘 뒤지지 않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관객에 신뢰를 준다.
덕분에 ‘파과’는 박스오피스 순위 역주행에 이어 14일 오전 11시 현재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과 ‘야당’에 이어 예매율 3위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날 개봉한 ‘썬더볼츠*’와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가 형성한 초반 인기가 잦아든 상황에서 유일하게 관심을 지속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처음에는 이혜영과 김성철 등 투톱 캐릭터가 주목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에 숨은 ‘진짜 복병’ 신사아가 형성하는 호감도가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한 덕분이다.
신시아는 마침 같은 시기에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극본 김송희·연출 이민수)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고윤정 강유석 한예지와 나란히 호흡을 맞춰 이제 막 의사가 된 전공의 1년차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그린다. 이 드라마에서도 신시아는 의사로 일하면서도 헤어진 남자친구를 그리워하거나, 만두 가게 사장인 엄마와 나누는 현실 모녀의 관계, 힘겨운 병원 생활을 쇼핑으로 달래는 친근한 모습으로 자유롭게 변화한다. 로맨스와 코미디, 현실 기반의 이야기를 넘나드는 표현으로 드라마의 인기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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