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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한영웅’·’선의의 경쟁’..학교는 어쩌다 사회의 축소판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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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영웅 클래스2’의 한 장면. 연시은을 연기한 박지훈. 사진제공=넷플릭스

지난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클래스2’에는 ‘일진 연합’이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연합은 단순한 학교 내 무리를 넘어 여러 학교의 불량 학생들이 결집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폭력 집단이다. 이들은 학교 안팎에서 폭력과 권력을 행사하며 마치 범죄 조직처럼 위계와 규율을 갖춘 채 자체적인 권력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드라마가 그려내는 학원물은 더 이상 학생들만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약한영웅’ 시리즈부터 ‘스터디그룹’ ‘선의의 경쟁’ ‘피라미드게임’ ‘소년비행’ ‘인간수업’ 등은 모두 10대 청소년의 터전인 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치지만, 그 안에서는 풋풋한 우정이나 사랑 대신 폭력과 계급, 서열, 경쟁과 같은 사회 구조가 투영돼 있다. 이들 드라마에서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기능하며 청소년들이 직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2022년 웨이브에서 공개한 ‘약한영웅 클래스1’은 공부 외에는 관심 없는 모범생이자 자발적 아웃사이더인 연시은(박지훈)이 우연히 폭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작품은 남자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서열 싸움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갈등, 관계의 균열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또한 학교폭력을 비롯해 도박과 마약, 가출 등 실제 청소년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를 현실감 있게 녹여냈다.

3년 만에 돌아온 이번 ‘약한영웅 클래스2’에서 연시은은 친구를 지키기 위해 연합과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치게 된다. 시즌2는 공개와 동시에 국내외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며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공개 3일 만에 조회수 610만회, 시청 시간 3490만 시간으로 넷플릭스 비영어 TV쇼 부문 1위에 안착하며 뜨거운 열기를 입증했다. 폭력으로 물든 10대들의 세계가 전 세계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스터디그룹’도 최근 공개한 10대 액션물로 주목받았다. 공부는 못하지만 대학에 가고 싶은 고등학생 윤가민(황민현)이 싸움으로 서열을 매기는 유성공고에서 공부하기 위해 싸움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내용이다. 우연히 싸움에 휘말린 가민이 압도적인 전투력을 드러내며 단숨에 학교 내 권력자로 떠오른다.

극의 무대인 유성공고는 학생들의 폭력이 일상화된 공간으로, 교사들은 이를 방관하고 서열 문화가 지배적인 ‘정글 같은’ 곳으로 묘사된다. 판타지 설정과 과장된 액션이 강조되지만 ‘스터디그룹’은 무너진 학교 시스템과 청소년 폭력 문제를 함께 조명했다. ‘약한영웅’ 시리즈와 ‘스터디그룹’ 모두 학교를 사회 축소판으로 바라보고 폭력과 서열 구조를 통해 현실의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 닮았다. 

U+tv와 U+모바일tv로 공개된 ‘선의의 경쟁’은 대한민국 상위 1% 엘리트 고등학교인 채화여고에서 펼쳐지는 하이틴 스릴러를 표방했다. 채화여고는 성적과 집안 배경으로 서열이 철저히 구분되는 곳으로 드라마는 입시 경쟁에 내몰린 여고생들의 욕망과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돈으로 성적을 사고파는 입시 비리나 높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약물을 오남용하는 모습을 통해 비정한 경쟁 사회를 고발했다. 엘리트 입시 시스템을 통해 계급 사회의 잔혹함을 보여줬다고도 평가받는다.

‘선의의 경쟁’은 한편으로 지난해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을 연상케 했다. ‘피라미드 게임’은 매월 투표로 각자 등급이 매겨지고 F등급은 합법적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작품은 10대들의 서열 게임이라는 소재를 통해 돈과 권력으로 계급을 나누는 현실을 풍자하면서 ’10대들의 오징어 게임’으로 불렸다.

학원물 전성시대는 계속된다. ‘피라미드 게임’과 ‘스터디그룹’을 잇따라 성공시킨 티빙은 올해 전교 학생회 선거를 배경으로 권모술수와 청춘의 성장기를 담아낼 하이틴 정치 드라마 ‘러닝메이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 공동 각본가 한진원의 연출 데뷔작이다.

'선의의 경쟁'의 한 장면. 사진제공=와이랩 플렉스
‘선의의 경쟁’의 한 장면. 사진제공=와이랩플렉스

● 사회의 민낯 VS 모방 위험과 부작용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자극적으로 그리는 작품들이 잇따라 제작되는 배경으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의 부상’과 함께 학원물이 점점 더 과감한 이야기를 담는 ‘장르물로 진화’하는 상황이 지목되고 있다. 기존에 지상파가 다루기 어려웠던 노골적인 입시 비리나 수위가 높은 학교폭력, 약물 중독 등 민감한 소재들이 OTT 플랫폼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다뤄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학교는 더 이상 순수한 배움의 공간이 아닌 계급과 욕망이 충돌하는 축소된 사회로 그려진다.

하지만 최근 학원물은 지나치게 과장된 설정과 폭력적 장면들의 반복으로 인해 청소년의 가치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야기한다. 이들 드라마가 사회의 민낯을 비춘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폭력의 모방 위험 등 부작용도 있다. 제작진이 경계심을 갖고 균형감각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최근 선보이는 학원물이 단순히 학생들의 이야기를 넘어 “기성세대가 만든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KBS 2TV ‘학교’ 시리즈가 방송할 때만 해도 학원물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최근의 학원물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일컬어지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위계질서나 권력 관계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며 “장르의 구분은 학원물로 하지만 실상은 폭력물로 바라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짚었다.

이어 “청소년 사이의 폭력은 기성세대보다 더 자극적으로 소비되고 장르적인 부분에서 흥미를 유발하는 장치로도 기능하고 있다”면서 최근 공개된 학원물 대부분이 청소년이 관람할 수 없는 청소년의 이야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화제를 모은 ‘스터디그룹’은 강도 높은 폭력 장면으로 인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선의의 경쟁’ 역시 학생들의 약물 복용, 흡연, 클럽 출입 등 선정적인 설정 탓에 같은 등급이 매겨졌다. 청소년 사이의 조직 폭력을 그린 ‘약한영웅’ 시리즈 역시 모두 청소년 시청이 제한된 콘텐츠다.

또한 윤 교수는 요즘 학원물들을 통해 “시청자들은 단순한 재미뿐 아니라 드라마 속에서 폭력과 혼란이 결국 권선징악이나 인과응보로 해소되는 모습을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이중적 심리가 작용한다”고 해석했다. 위험한 이야기를 하지만 마지막에는 정의가 실현되는 모습을 통해 사회적 안전망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학원물은 말하고자 하는 목적이 다른 드라마 장르에 비해 더 확실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단순히 볼거리 위주의 자극적 서사를 나열하다가 마지막에 인과응보로 마무리하는 방식은 안일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학교에서의 문제는 언제나 있었지만, 요즘 더 부각되는 이유는 현실의 권력 세계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통한다는 심각성이 존재하기 때문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스터디그룹'의 한 장면. 사진제공=티빙
‘스터디그룹’의 한 장면. 사진제공=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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