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기와 무더위가 뒤섞이는 장마철, 주말 극장에서 역설의 시원함을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바이러스에 폐허가 된 세상에서 겪어야 하는 공포와 권력을 쥐기 위해 주술의 미스터리함으로 빠져드는 인간이 안기는 또 다른 공포스러움. 영화 ‘28년 후’와 ‘신명’이 주말 극장가 관객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 ‘28년 후’는 명장 대니 보일 감독이 좀비물의 대표적 작품으로 꼽히는 2002년 ‘28일 후’에 이어 새롭게 선보인 신작이다. 지난 19일 개봉해 단박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시리즈에 대한 관객의 신뢰를 보여주는 셈이다.
영화는 28년 전 생물학무기 연구소에서 세상을 재앙으로 몰아넣은 바이러스가 유출된 뒤 일부 생존자들이 겪어내는 치열하고도 공포스러운 현실의 이야기를 그린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섬 홀리 아일랜드에서 살아가던 소년 스파이크가 병든 엄마를 살리기 위해 본토로 향해 바이러스에 잠식된 세상에 맞선다.
대니 보일 감독은 ‘28일 후’를 끝내고 ‘28년 후’를 선보이면서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모두 3부작의 시리즈를 이어갈 계획이다. ‘28일 후’의 주연 킬리언 머피는 이번 영화에 제작자로 참여했고, 내년 개봉할 2부에 새롭게 등장할 예정이어서 기대감을 높인다.
영화 ‘신명’은 ‘오컬트 정치 스릴러’를 내세운다. 실제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모티브로 눈길을 끈다.
김남균 감독이 연출하고 김규리와 안내상, 주성환 등이 주연한 영화는 지난 2일 개봉해 60만 관객을 넘어서며 순항 중이다.
영화는 자신이 지닌 신비로운 힘을 이용해 권력을 쥐려는 여인 윤지희(김규리)와 이를 추적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 PD(안내상)의 이야기를 그렸다. 어릴 적 분신사바를 시작으로 주술에 심취하기 시작한 윤지희가 성형수술을 받고 이름과 학력 등을 위조한 뒤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나서면서 벌어지는 상황은 관객이 처한 위기 속 현실의 갖은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권력의 맛을 본 윤지희가 더욱 살벌한 욕망과 주술에 사로잡혀 드러내는 잔혹함에 초점을 맞춘다. 현실에서 얻어온 모티브를 극단적인 스토리텔링으로 꾸며내면서 관객이 맞닥뜨리는 현실은 더욱 참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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