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 연속 탁월한 선구안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5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제78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It was just an accident)’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가운데 이 영화의 북미 배급권을 확보한 미국의 배급사 네온(NEON)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판권을 지니게 된 선구안 덕분이다.
네온은 ‘기생충’ 이후 칸 국제영화제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정식으로 열리지 못한 2020년을 지나 2021년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티탄’, 2022년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 2023년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 지난해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에 이어 올해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로 6년 연속 최고상을 수상한 작품을 북미지역에 배급하게 됐다.
이를 자축하면서 네온은 지난 25일 자사 SNS에 이들 여섯명의 감독들이 칸 국제영화제 수상 상장과 트로피를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와 함께 네온은 올해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인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센티멘탈 밸류’와 함께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올리버 라세 감독의 ‘시라트’, 감독상 및 남우주연상을 받은 클레버 멘돈사 필류 감독의 ‘더 시크릿 에이전트’의 배급 판권도 확보했다.
이는 2017년 톰 퀸과 톰 리그가 함께 설립한 미국의 중소 규모 배급사로서 8년이라는 짧은 기간 이룬 성취이기도 하다. 네온은 ‘기생충’은 물론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마더’, ‘설국열차’ 등을 현지 배급해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배급작 목록은 네온이 비교적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을 선호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낳는다. 빈부격차와 사회적 계급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기생충’과 ‘티탄’ 그리고 ‘슬픔의 삼각형’, 가족의 비극적인 죽음을 소재로 한 법정드라마 ‘추락의 해부’, 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블랙코미디로 그린 ‘아노라’가 그렇다. 올해 수상작인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도 정치범이었던 주인공을 통해 이란 사회의 갈등을 담았다.
미국 영화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2017년 설립 이후 불과 8년 만에 아카데미상 39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그 가운데 11개 부문에서 작품상 2편(기생충, 이노라)을 수상했다”면서 네온의 성과를 전했다.
네온의 톰 퀸 CEO는 영국 영화매체 스크린 데일리에 “대부분 대본 단계에서 구매했다”고 밝혔다. 자신들이 미국 배급 판권을 확보한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받을 때마다 “깜짝 놀란다”고 말하지만 그만큼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뭔가 다른 힘이 있지 않을까.
네온의 제프 도이치먼은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스크린 데일리를 통해 “가능한 한 많은 영화를 본다”면서 “우리는 영화와 사랑에 빠지는 인간이라는 사실에 근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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