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에마 스톤의 신작 ‘부고니아’가 개봉일을 앞당겼다. 이 작품은 장준환 감독이 2003년 연출한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2일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란티모스 감독과 에마 스톤이 ‘가여운 것들’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 등에 이어 또다시 호흡하는 ‘부고니아’가 일정을 앞당겨 오는 10월24일 미국 일부 극장에서 선공개하고, 10월31일 전국으로 확대 개봉한다. 당초 개봉일은 11월7일이었다.
‘부고니아’의 원작 ‘지구를 지켜라!’는 2003년 장준환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신하균과 백윤식이 주연한 작품이다. 화학회사의 사장(백윤식)을 외계인이라고 믿는 주인공 병구(신하균)가 그를 납치해 고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 코미디 장르다. 개봉 당시 7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치며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기발한 상상력과 허를 찌르는 결말로 시간이 지날수록 재평가를 얻으며 ‘비운의 걸작’으로도 불린다.
미국 리메이크로 재탄생하는 ‘부고니아’는 음모론에 사로잡힌 두 명의 주인공이 유명 제약 회사의 냉혈한 CEO를 행성 지구를 파괴하려는 외계인이라고 확신하고 납치하는 이야기다. 제시 플레먼스, 에이단 델비스, 스타브로스 할키아스, 알리시아 실버스톤 등이 출연한다. ‘지구를 지켜라!’의 화학회사 사장을 여성으로 바꿔 에마 스톤이 주연한다. ‘더 랍스터’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등에서 보여준 란티모스 감독의 기괴하고 건조한 유머감각이 ‘부고니아’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HBO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은 ‘석세션’의 월 트레이스가 각본을 맡았고, 에마 스톤과 란티모스 감독은 제작에도 참여했다. 이 외에도 제작에 CJ ENM과 아리 애스터 감독의 스튜디오 스퀘어 페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협업해오고 있는 엘리먼트 픽처스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북미 배급은 포커스 피처스가 맡고, 모회사인 유니버설픽처스가 전 세계 배급을 담당한다. 버라이어티는 “포커스 피처스는 이번 작품을 두고 경쟁 끝에 배급권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란티모스 감독은 이전 세 편의 영화(‘더 페이버릿’ ‘가여운 것들’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에서 협업한 서치라이트픽처스를 떠나 새롭게 파트너와 함께 하게 됐다.
CJ ENM은 지난해 리메이크 소식을 알리며 “4년 전 영어 리메이크 기획에 착수해 원작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소재를 살리면서도 시의성 있는 스토리를 가장 잘 구현해 내고자 유수의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업을 추진했다”며 ‘유전’ ‘미드소마’의 아리 애스터 감독이 평소 좋아했던 ‘지구를 지켜라!’에 관심을 가지며 CJ와 공동으로 이번 리메이크 작품의 기획 개발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무엇보다 CJ ENM이 투자와 제작에 참여하면서 한국 IP(지식재산권)의 세계적 확장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K콘텐츠 리메이크의 새로운 성공 모델이 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은 “20년 전에 충분히 평가받지 못한 장준환 감독의 시대를 앞서 간 상상력을 이 시대에 맞게 되살려내려는 의도로 기획을 시작했다”면서 “재능 있는 창작자들과 배우들이 하나씩 이 뜻에 동참하여 합류하면서 이제 전 세계 관객들에게 재평가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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