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월 선댄스영화제와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이어 최근 막을 내린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까지 사로잡은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의 데뷔작 ‘어글리 시스터’가 마침내 관객을 만난다. ‘어글리 시스터’가 다음 달 개봉한다.
‘어글리 시스터’는 18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왕자의 신부로 선택받기 위해 예뻐지려 애쓰는 엘비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계모와 의붓언니들에게 천대받다가 요정의 힘을 빌려 왕자의 신부가 되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의붓언니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주인공 엘비라는 아름다운 의붓동생 아그네스와 경쟁하며 열등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이 작품에는 너무나 사랑하는 왕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가혹한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을 강행하며 광적으로 변해가는 엘비라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화는 바디 호러 장르의 형식을 빌려서 아름다움과 여성의 몸을 향한 사회의 엄격한 잣대를 꼬집는다. 강렬한 시각적 효과와 날카로운 메시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에 ‘어글리 시스터’는 지난 11일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식에서 국제 경쟁 부문 ‘부천 초이스: 장편’의 작품상과 관객상 2관왕을 수상했다. 영화제 측은 “주인공 엘비라가 겪는 신체적, 정서적 고통은 외모가 곧 계급이자 권력이 되는 오늘날 사회에서 외모지상주의가 지닌 파괴성과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시대적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이 작품으로 인상적인 스크린 데뷔식을 치른 주연배우 레아 미렌은 주연배우 자격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돼 영화를 대표해서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그는 맥스무비와 만난 자리에서 “‘어글리 시스터’에 출연하며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성장을 한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영화를 보고 나서 아름다움에 대한 건강한 담론이 형성되길 바란다”며 “한국에서도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좁다고 들었는데 아름다움과 여성의 몸을 대하는 새로운 시선이 생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어글리 시스터’는 바디 호러 장르라는 점에서 올해 초 개봉해 화제를 모은 데미 무어 주연의 ‘서브스턴스’를 떠올리게 한다. ‘서브스턴스’는 젊고 아름다운 몸을 가질 수 있는 약물을 손에 넣게 되면서 점점 파국의 길을 걷는 한물간 여성 스타의 이야기로 이 작품에도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서브스턴스’는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을 바디 호러 장르로 파격적이면서 신선하게 풀어낸 접근법, 주연배우 데미 무어의 실제 삶을 겹쳐 보이게 하는 이야기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데미 무어의 열연 등으로 관심을 끌면서 독립·예술영화로는 이례적으로 5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바디 호러 장르로 국내외 영화제의 찬사를 받은 ‘어글리 시스터’가 ‘서브스턴스’의 흥행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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