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기 싫은 사건이 배당되면 어떡해요?”라고 묻는 강희지(문가영)에게 안주형(이종석)은 “직장인이 하고 싶은 일이 어디 있나. 그런 생각 안 하고 하는 거지”라고 답한다. 자신을 ‘직장인 변호사’이라고 칭하는 주형은 일에 감정을 배제하려고 노력하지만 옛 연인을 법정에서 다시 만나는 건 그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운, 또 다른 차원의 혼란이었다.
지난 12일과 13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서초동'(연출 박승우)의 3, 4회에서는 안주형과 강희지가 과거의 오해를 풀면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과 어쏘 변호사 5인방의 치열하고도 험난한 직장 생활이 펼쳐졌다. 시청률은 각각 4.4%(닐슨코리아·전국기준), 5.6%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초동’은 서초동 법조타운으로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 ‘어쏘 변호사’들의 유쾌하고 뜨거운 청춘을 그리는 드라마다. ‘어쏘 변호사’는 법무법인에 고용돼 월급을 받는 변호사를 뜻한다. ‘어쏘’는 ‘어쏘시에이트'(associate)의 의미. ‘서초동’은 배우 이종석과 문가영·강유석·류혜영·임성재가 그려내는 직장인 변호사들의 현실적인 애환과 고민은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몰입을 안기고 있다.
● 직장인 변호사의 애환 그린 이종석
극 중 안주형은 과거 연인이었던 박수정(이유영)의 이혼 소송에서 남편 측 대리인을 맡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직장인의 현실을 받아들이려 했던 주형에게도 이번 사건은 쉽지 않았다. 의뢰인 차정호(남윤호)는 폭행과 폭언을 주장하는 수정의 진술을 부인했지만 주형의 마음은 복잡했다. 수정이 결국 증거 제출을 포기하며 정호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공과 사를 구분하기 위해 노력했던 주형은 정호가 두 사람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를 표출하고 이를 지켜본 희지의 시선은 주형의 혼란을 깊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종석은 철저히 눌러 담은 감정과 순간순간 드러나는 내면의 균열을 섬세한 표정과 호흡으로 녹여냈다. 그는 변호사로서 프로페셔널한 태도와 개인적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형의 복잡한 심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같은 시각 조창원(강유석), 배문정(류혜영), 하상기(임성재)도 각자의 사건을 마주했다. 하상기는 불륜과 음주 교통사고로 얽힌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을 맡으며 의뢰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상대측의 차가운 시선에 괴로움을 느꼈다. 조창원은 돈만 추구하는 대표 변호사 때문에 재벌 회장 아들의 접견을 담당하면서 회의감에 빠졌다. 배문정은 임신 테스트기에 떠오른 두 줄로 복잡한 심경에 휩싸였다. 정말 임신이라면 앞으로의 직장 생활에 새로운 변주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고민은 ‘서초동’이 그려내는 현실감과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실제로 ‘서초동’은 현직 변호사 출신인 이승현 작가가 자신의 어쏘시에이트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작품으로, 법조계 현장과 직장인 변호사들이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긴장감과 인간적인 고뇌를 세밀하게 포착하며 극의 현실감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설렘 더한 이종석과 문가영의 10년 전 인연
한편 주형과 희지의 10년 전 인연이 공개되며 설렘을 안겼다. 변호사 모임에서 희주를 모른 척했던 주형은 사실 10년 전 홍콩에서 희지와 만나 입맞춤까지 나눈 특별한 과거를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던 두 사람은 ‘만남’이라는 단어의 해석 차이와 연락 두절의 이유를 차근차근 맞춰 가며 오해를 풀었다.
무엇보다 드라마는 낯선 땅에서 계속해서 우연히 마주치는 주형과 희지의 모습을 마치 한 편의 단편영화처럼 담아내며 그 시절 홍콩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공항부터 숙소로 향하는 버스 그리고 같은 숙소에 머물게 된 상황까지 이어진 인연 속에서 주형이 희지에게 먼저 “먹으러 갈래요?”라고 용기를 내어 건넨 한마디는 두 사람이 홍콩에서 어떤 인연을 쌓아갔을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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