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망교실(Classroom Delusions)
서은영 | 한국 | 2024년 | 102분 |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한 고등학교에서 폭탄이 터진다. 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는 폭탄을 학교에 가져와 터뜨린 장본인 해성. 폭탄 테러범의 부모로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게 된 해성의 아버지는 ‘담임도 책임이 있다’면서 재곤을 고소한다.
재곤과 그의 변호사 여진은 사건을 원만하게 수습하기 위해 반 아이들에게 탄원서를 받기로 한다. 재곤은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해성에 대해서 묻는다. 해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의문은 커진다. 해성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
아이들이 알고 있는 해성은, 곤경에 처한 친구를 돕기는 했지만 착하지는 않고, 반 친구들과 잘 지내지도 못 지내지도 않았으며, 교실에 있는 듯 없는 듯 모호했던 이상한 아이.영화는 재곤이 반 친구들을 통해 해성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담는다.
재곤은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수록 자신이 해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퀴즈를 좋아했던 해성이 퀴즈 그 자체가 돼버린 것처럼 재곤에게는 해성의 존재 자체가 물음표투성이다.
어느 순간 사건의 인과관계나 진위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영화는 아이들에게서 얻은 조각난 기억을 바탕으로 해성이라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한 인간을 탐구한다. 머리로 이해하려 들면 이 영화는 오히려 더 멀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영화 속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퀴즈 책 제목처럼 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애초에 ‘넌센스’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영화는 호기심을 자극하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그 가운데 해성을 연기한 권용근이 인상적이다. 미묘한 표정과 알 수 없는 행동들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궁금하게 만든다. ‘초인’ ‘고백’ ‘동감’을 연출한 서은영 감독의 네 번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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