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의 시작은 불이었다. 불은 세상을 일궈갔다. 시시때때로 불은 잔혹한 욕망의 충돌을 불러오기도 했지만, 기어이 인간은 문명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멈춰서지 않았다. 그리고 인간은 고도화한 문명의 길 위에서 기술혁명의 변화무쌍한 시대를 맞고 있다.
그 혁명적 변화의 최첨병,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가 꼽힌다. 3일 밤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AI는 인류 문명의 변화와 발전을 담은 영상을 1500여명의 관객 앞에 펼쳐 보이며 상상력의 무한한 힘을 과시했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축제의 막을 여는 순간이기도 했다. AI가 그저 상상 속 또 다른 가상의 현실이 아님을, 안무가 최호종이 역동적이면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역설하는 무대로 문을 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이상해도 괜찮아(Stay Strange)’라는 슬로건 아래 축제를 펼쳐간다.
‘이상해도 괜찮아’는 “이상한 창작의 일을 하는 무수한 창작자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현재 영화인을 지원하고, 미래의 영화인을 육성”하려는 의지라고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설명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그 핵심을 상상력에서 찾는다. 장미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예측되는 미래를 준비하고 창조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예술과 기술의 창의적 융합”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날 개막작으로 선보인 피오트르 비니에비츠 감독의 ‘그를 찾아서’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지향점을 새롭게 담아낸 작품이다.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시나리오를 AI에 학습시킨 뒤 창작한 각본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려간다. 영화는 장르의 경계를 해체하면서 AI시대의 예술창작의 의미, 인간과 기술의 균형에 관한 심도 있게 질문한다.
‘그를 찾아서’를 시작으로 41개국 217편의 영화를 부천시청과 CGV소풍, 롯데시네마 부천 등에서 상영하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결국 AI영화에 대한 경외의 시선이 아니라 예술창작의 무한한 상상력을 실현할 기술적 변화와 발전을 지혜롭게 활용할 무대가 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5년 만에 한국 작품을 폐막작으로 선정, 한제이 감독의 ‘단골식당’을 13일 상영하는 것도 위기에 처한 한국영화를 향한 영화제의 지지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영화제는 또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과 XR(eXtended Reality·확장현실) 등을 접목한 다양한 콘텐츠로도 관객과 함께한다. 부천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부천아트벙커B39에서 펼치는 다양한 전시는 스크린을 확장해 체험과 경험의 또 다른 영화적 순간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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