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쥬라기 공원’은 상상 속의 동물을 스크린에 구현해내 놀라움을 선사했을 뿐 아니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인간의 욕심과 오만, 과학 기술의 오용에 경종을 울리며 SF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다.
인간의 욕심과 오만은 끝이 없는 걸까. 그래서 스크린은 공룡을 부활시킨 데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소환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특수부대 요원 출신의 로라(스칼릿 조핸슨)는 제약 회사 임원 마틴(루퍼트 프렌드)에게 “신약 개발에 공룡들의 DNA가 필요하다”며 거액의 의뢰를 제안한다. 안정된 삶을 꿈꾸는 조라는, 공룡에 대해 잘 아는 고생물학자 헨리(조너선 베일리), 믿음직한 옛 동료 던컨(마허셜라 알리)과 함께 인간의 출입이 금지된 섬으로 향한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인류를 구할 신약 개발을 위해 공룡의 서식지로 변한 고립된 섬에 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쥬라기’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자, 인간과 공룡의 공존을 꿈꿨지만 실패로 끝난 2022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이후의 내용을 다룬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쥬라기’ 시리즈의 정통성을 잇되 새로움을 주려고 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거대한 공룡의 존재 자체가 눈을 뗄 수 없게 하지만, 이번 작품에는 유전자 조작으로 더 포악하고 흉한 모습을 한 돌연변이 공룡이 등장해 간담을 서늘케 한다.

‘쥬라기’ 시리즈를 통틀어 관통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주제의식은 이번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이어간다. 마틴과 헨리가 지구 상의 최상위 포식자였던 공룡이 멸종한 사실을 말하는 장면에서, 인간의 우월함을 치켜세우는 마틴에게 헨리는 “지구 상에 존재했던 99.99%의 생물체가 멸종했다”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또한, 일행들이 공룡과 사투는 펼치는 장면에서 도망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무력함은,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은 나약하고 자연의 일부일 뿐임을 상기시킨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이전 작품들의 구조와 흐름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돌연변이 공룡을 앞세워 공룡에 변화를 줬을 뿐 사실은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큰 규모감과 공룡 그 자체로 볼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스필버그 감독과 함께 ‘쥬라기’ 시리즈의 세계관을 열어젖힌 데이빗 코엡 작가가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면서 본편의 재미와 정서에 가까운 작품이 나왔다.
여기에 할리우드 대표 여배우 스칼릿 조핸슨의 출연은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을 보고 싶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학자가 아닌 전사의 모습으로 공룡과 사투를 벌이며 조핸슨은 강인하고 주제적인 여성으로 작품의 매력을 높인다.

감독 : 개러스 에드워즈 / 각본 : 데이빗 코엡 / 출연 : 스칼릿 조핸슨, 마허샬라 알리, 조너선 베일리, 루퍼트 프렌드 외 / 배급 : 유니버설 픽쳐스 / 장르 : 어드벤처 / 개봉: 7월2일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33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