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자 배우 이병헌과 손예진이 주연한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글로벌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8월 말 열리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상영도 점쳐지고 있다.
29일 세계적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 리포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어쩔수가없다’의 투자배급사인 CJ ENM은 최근 영국 기반 배급사 무비(MUBI)와 영국은 물론 스페인, 터키 등 유럽 지역과 남미, 인도와 호주 등 다국적 배급 판권 계약을 맺었다. 미국 유력 배급사 네온(NEON)과 북미 지역 배급 판권 계약을 체결한 데 이은 성과이다.
‘어쩔수가없다’는 짧지 않은 시간 열심히 일해온 회사에서 갑자기 해고된 회사원이 아내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세상과 필사적으로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미국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작가의 1996년 소설 ‘액스(THE AX)’를 각색한 작품이다. 이병헌과 손예진이 극 중 남편과 아내로 부부의 연을 맺어 풀어가는 이야기는 일찌감치 국내외 기대감을 모아왔다.
이번 무비의 글로벌 배급 판권 확보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무비는 이미 박찬욱 감독의 2022년 화제작 ‘헤어질 결심’을 미국을 비롯한 북미 지역을 포함해 해외 배급을 맡았다. 특히 ‘스토커’와 ‘아가씨’ 등 박 감독의 전작을 제치고 북미 지역에서 220만 달러의 수입을 얻으며 가장 높은 흥행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이 또 다르게 눈길을 끄는 것은 무비가 네온과 협업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비는 네온과 함께 올해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의 글로벌 배급을 맡는다. 네온은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등 한국영화를 현지 배급한 회사로, ‘기생충’ 이후 올해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까지 6년 연속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의 배급 판권을 확보했다.
이 같은 성과 위에서 ‘어쩔수가없다’의 베니스 국제영화제 초청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 리포터 등 유력 외신들은 이미 작품의 초청 가능성을 높게 보는 보도를 내놓은 바 있다.
‘어쩔수가없다’는 당초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전망이 나왔지만, 후반작업 등 제작 과정 중이었던 탓에 출품되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권위를 인정받으며 매년 8월 말 막을 여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초청 가능성이 커졌다.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CJ ENM은 올해 투자배급 대상작을 크게 줄인 상황에 ‘어쩔수가없다’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도 하다. CJ ENM은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와 함께 문을 연 세계 최대 규모 영화 견본시 칸 필름마켓에서 올해에는 이례적으로 부스를 열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수가없다’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해외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호평을 받게 된다면 그만큼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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