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7일 글로벌 메가 히트작 ‘오징어 게임’이 시즌3를 공개하면서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최근 선보인 케이팝 소재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K)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이번 주 ‘K-컬처’의 ‘쌍끌이 흥행’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커진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 2021년 9월 선보이면서 글로벌 신드롬을 몰고 왔다. 456억원의 상금을 거머쥐기 위해 목숨을 내건 게임에 나선 이들의 사투를 그린 시리즈는 전 세계적 인기 속에 연출자 황동혁 감독과 주연 이정재를 비롯해 정호연 등이 미국 에미상과 골든글로브 등 유수의 방송 관련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해 말 공개한 시즌2까지 모두 6억회가 넘는 조회수로 넷플릭스 역대 콘텐츠 3위에 오른 시리즈는 특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 딱지치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등 한국 고유의 전통적인 놀이를 잔혹한 게임으로 재설정하면서 더욱 시선을 모았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속 등장인물들이 입은 트레이닝복 등 의상과 다양한 설정, 놀이를 실제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한국과 미국, 호주 등 몇몇 나라의 도시에 마련해 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K-컬처에 대한 세계적 호기심이 더욱 커졌고, 이는 다시 시리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시즌2에 이어 27일 공개할 시즌3에 대한 기대감도 그만큼 커진다.
지난 20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엇비슷한 연장선상에서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전 세계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K팝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26일 현재 OTT 콘텐츠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25일 기준 22개국에서 1위에 오르며 넷플릭스 ‘전 세계 가장 많이 본 영화’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등을 만든 미국 스튜디오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미국 작품’이다. 하지만 한국계 캐나다 감독인 매기 강과 크리스 애플한스가 공동연출해 한국적 감수성과 K-컬처의 대표적 콘텐츠와 설정을 가득 담아냈다. 매기 강 감독은 “문화적으로 온전히 한국적인 영화가 미국 회사에 의해 제작된다는 사실은 한국문화가 가진 강력한 힘을 나타내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한국의 수도 서울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3인조 인기 걸그룹 헌트릭스의 멤버인 루미와 미리, 조이가 위기에 처한 세상과 팬들을 구하려 저승사자로 이뤄진 5인조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에 맞서면서 펼치는 이야기이다. 루미와 교감하는 사자보이즈의 멤버 진우를 주요 캐릭터로 내세워 퇴마와 무속이라는 한국적 소재를 과감히 채택했다. 화려한 캐릭터 비주얼과 영상미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등 실제 K팝 스타들의 퍼포먼스를 그대로 구현하며 눈길을 끈다.
특히 남산 서울타워와 낙산공원 성곽길, 분식집 등 실제 서울의 모습을 배경 삼으며 한국적 정서를 진하게 담아냈다. 한국에서 태어나 5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 토론토로 떠난 매기 강 감독은 이에 대해 “초등학교 때 여름방학은 모두 한국에서 보내며, 한국 사촌들과 놀고, 한국 텔레비전을 보고, 한국 음악을 듣고 자라 한국의 팝 컬처를 많이 경험했다”고 말했다.
매기 강 감독은 “애니메이션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 문화에 대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온다면 너무 멋있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면서 “이 영화는 최대한 한국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장면과 모든 디자인에 한국적인 요소와 디테일을 가미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결핍과 두려움”에 관한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한다. 그는 “타인과 유대를 느끼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이 되고, 관계를 맺고자 하는 과정”과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극복하려는 노력”의 소중함을 말했다.
황동혁 감독은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은 “아이들의 놀이를 통해 무한경쟁을 다루면서 후기자본주의 시대에 게임의 패배자가 되는 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이 같은 언급은 한국적 정서와 감수성 그리고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표현방식의 중요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이 각기 처한 현실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스토리가 결국 이야기로서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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