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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90%] ’28년 후’ 뇌세포 자극하는 ‘충격’과 ‘해석’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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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후’는 소년 스파이크(오른쪽)이 주인공이다. 감염자들이 살아가는 본토에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픈 엄마를 치료하기로 결심하면서 위험천만한 여정을 시작한다. 사진제공=소니픽쳐스 

종말은 예고 없이 닥쳤다. 감염되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 분노 바이러스가 퍼진 영국. 삽시간에 영국은 감염자들로 들끓고, 그로부터 28년이 지났다. 기괴하게 변한 감염자들은 진화했고, 생존자들은 기이한 믿음을 품고 근대화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으로 집단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영화가 그린 세계이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인류에게 지금 당장 닥친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세상이 ’28년 후’에 있다. 상상에 기반한 좀비물에 머물지 않고 현실과 맞닿은 섬뜩한 이야기로 다가오는 이유다. 

분노 바이러스로 인해 흡사 좀비처럼 변한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생존자가 줄면서 영국은 초토화가 됐다. 본토에서 조금 떨어진 외딴섬 홀리 아일랜드에는 감염자들을 피해 공통체의 집단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여기서 태어난 12세 소년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는 이젠 사냥을 할 때가 됐다는 어른들의 제안으로 타고난 샤낭꾼 아빠와 바다를 건너 본토에 첫 발을 내디딘다.

시시각각 감염자들이 공격을 해오는 위기의 순간, 스파이크가 쥔 무기는 나무를 깎아 만든 활 뿐이다. 과거로 회귀한 듯한 세상에서 스파이크는 진화한 감염자들을 목격한다.

’28년 후’는 국내서 2003년 개봉한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28일 후’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다. 지금은 좀비물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한 장르가 됐지만, 그 전형을 구축한 작품이 ’28일 후’라는 점에서 이번 ’28년 후’에 거는 공포영화 마니아들의 기대는 강력했다. 

대니 보일 감독은 1편의 연출, 2편인 ’28주 후’의 제작에 이어 이번 ’28년 후’에서 다시 연출을 맡았다. 자신이 일군 좀비물의 스타일을 또 한번 다른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라도 하듯, 이번 ’28년 후’는 감염 그 이후에 벌어지는 진화와 계속되는 죽음을 둘러싼 의미를 되짚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나아간다.

대혼돈의 감염 사태로 영국에서 살아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죽었지만, 여전히 극소수의 생존자들은 목숨을 위협받는 극한의 위기에서 앞선 죽음들은 기억되지 못한다. 감독은 초토화된 세상에서 살아남은 의사 켈슨(레이프 파인즈)의 대사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기억하고 죽을 것임을 기억하라는 말을 통해 감염 사태에 따른 죽음을 상기시킨다. 이를 통해 영화는 좀비화된 감염자들에 쫓고 쫓기는 생존자들의 사투를 그리는 데 머물지 않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 가운데 ‘어떻게 죽었는지’ 그 마지막을 기억하자고 말을 건넨다. 

스파이크의 엄마 아일라를 연기한 조디 코머. 사진제공=소니픽쳐스 

● 영국의 상황, 기독교 세계관 등 해석의 확장 

영화는 스파이크가 목격하는 세상을 꽤 실험적인 방식으로 그린다. 소년과 아빠가 처음으로 섬을 벗어나는 모습은 일종의 출정식처럼 묘사하면서 산업혁명 이전의 영국에서 벌어진 전쟁을 담은 듯한 다큐멘터리 필름을 혼합한 미디어 아트 장면처럼 연출한다. 이때 울려 퍼지는 스크린을 꽉 채우는 “군화!”라고 반복해 외치는 함성 등 실험적인 장면들도 곳곳에 배치됐다.

대니 보일 감독은 감염이 확산하고 28년이 흐른 뒤 철저히 고립된 영국을 묘사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실의 상황이 떠오르도록 이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세상과 단절된 경험,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브렉시트를 통해 스스로 고립의 길을 걸은 선택이 영화를 보는 내내 겹친다. ’28년 후’를 좀비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기독교의 세계관으로 영화를 해석할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스파이크가 태어난 안전지대 홀리 아일랜드는 그 이름처럼 공동체를 일군 사람들이 믿음에 빠져 있지만 그 믿음이 조금 이상하다. 스파이크의 첫 출정이 성공했다는 데 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그 순간 부정한 행동으로 가장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아버지의 거짓말까지 타락한 모습이다. 또한 의사를 찾는 여정에서 스파이크와 엄마가 안게 된 갓난 아기의 탄생 역시 성경에 기반해 풀어간다면 다양한 해석으로 가지를 뻗어나간다.

배우 레이프 파인즈는 의사 켈슨 역을 통해 왜 명배우인지를 증명한다. 사진제공=소니픽쳐스 

다만 해석의 폭을 한껏 넓히는 대신 영화는 관객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나뉠 수밖에 없는 과감한 선택을 곳곳에서 한다. 일단 서사의 측면에서 특별한 사건이나 위기가 크게 없다. 이미 세상은 종말에 다다랐고, 생존자들은 나름의 방식을 찾아 살아가고 있다. 좀비 떼에 쫓겨 안전지대를 찾아가는 여느 좀비영화들과 달리 ’28년 후’는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나 굳이 위험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그 역행의 선택에 관객의 반응이 엇갈린다. 

편집도 실험을 거듭한다. 장면마다 대사마다 상징성이 짙다. 두 번 봐야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표현의 수위가 높아 섣불리 용기가 나지 않는, 그런 영화다. 감염자들이 생존자들을 공격하면서 신체를 파괴하는 장면의 수위가 높아 눈을 뜨고 제대로 보기도 어렵다. 약물 반응이 증폭돼 흡사 삼손처럼 거대해진 감염자부터 퇴행을 거듭해 뱀처럼 바닥을 기어다니는 감염자들, 그리고 2세를 낳는 감염자의 묘사를 노골적이면서 자극적으로 이뤄간다. 새로운 충격이다.

’28년 후’는 3부작으로 기획돼 제작이 진행 중이다. 엔딩에서 스파이크가 만나는 결정적인 인물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2편을 향한 궁금증을 높인다. 2편은 내년 개봉 예정으로, ’28일 후’의 주인공 킬리언 머피가 주연을 맡았다. 

대니 보일 감독은 “’28년 후’가 가족에 대한 본질을 탐구하고 가족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작품이라면 내년에 선보이는 2편은 악의 본질을 다룬다”며 “2편은 킬리언 머피의 영화”라고 밝혔다. 

’28년 후’에서 감염자들은 28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각양각색으로 진화했다. 사진제공=소니픽쳐스 

감독: 대니 보일 / 각본: 알렉스 가랜드 / 출연: 조디 코머, 애런 존슨, 랄프 파인즈, 잭 오코넬, 알피 윌리엄스 외 / 배급: 소니픽쳐스 / 장르 : 공포 스릴러 / 개봉: 6월19일 / 등급 : 청소년관람불가 / 러닝타임: 114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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