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I(인공지능)를 영화제의 화두로 꺼냈다. 지난해에 국내서 열리는 영화제로는 처음 도입해 뜨겁게 주목받은 AI 영화 경쟁부문은 올해도 이어지고, 그 성공에 힘입어 ‘AI필름메이커 1만명 육성’이라는 야심찬 목표까지 내세웠다.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미희 조직위원장, 신철 집행위원장, 김관희 프로그래머, 남종석 프로그래머, 박진형 프로그래머, 이정엽 프로그래머, 박보람 XR 큐레이터는 국내 어느 영화제도 시도하지 않았던 AI를 내건 다양한 작품들을 포용하고 관련 인프라 확산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AI 섹션을 처음 도입해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혁명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호평받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그 성공적인 출발에 이어 올해도 영화와 AI의 융합이라는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날 신철 집행위원장은 “영화의 추락, 몰락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영화를 굉장히 많이 보고 있다. 한국영화의 시스템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극장 수익에 의존한다. 극장이라는 플랫폼이 안 좋아지면서 영화 전체가 안 좋은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테크놀로지(기술)의 발전 때문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시도로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새롭게 내세운 ‘BIFAN+’를 언급했다. BIFAN+는 영화제의 새 브랜드로 AI 부문을 신설해 주목받았다.
신 집행위원장은 “BIFAN이 현재의 영화인을 지원하는 것을 임무로 한다면 BIFAN+는 미래 영화인의 육성을 임무로 하고 있다”면서 “작년 BIFAN+ AI가 생각보다 큰 호응을 얻고 칭찬도 받았다. 영화인들이 AI를 배워가는 걸 보고 기뻤다. 올해는 BIFAN+ AI 스텝2를 출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미 부천시 웹툰융합센터에서는 AI영상교육센터 강의가 시작됐다.
이어 신 집행위원장은 “5년간 AI필름메이커 1만명을 육성하는 걸 목표로 잡고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생성형 AI의 발전에 따라 우리도 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향후 영화산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AI필름메이킹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장르영화 축제’를 향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고유한 정체성도 이어간다. 2021년부터 내건 ‘이상해도 괜찮아’라는 슬로건을 다시 한번 사용하는 올해는 41개국에서 217편(장편 103편·단편 77편·AI 11편·XR 26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지난해 49개국에서 255편 초청에서 작품이 줄어든 것에 대해 신철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의 예산이 줄었다가 다시 복구되는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하면서도 “많이 상영하는 것이 정말로 좋은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있다. 적절한 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온 숫자”라고 밝혔다.
개막작은 피로트르 비니에비츠 감독의 ‘그를 찾아서’이고 폐막작은 한제이 감독의 ‘단골식당’이다. ‘그를 찾아서’는 “4500년 후에도 컴퓨터는 내 영화만큼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남긴 독일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조크의 말에서 시작됐다. 피오트르 감독은 헤어조크 감독의 영화 시나리오를 AI에 학습시켰고, AI가 창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 영화를 완성했다. 인터뷰, 허구, 실제 배우의 연기 등을 혼합해 장르의 경계를 해체한다.
‘단골식당’은 마동석이 제작하고 주현영과 정용화가 출연하는 작품으로, 5년 만의 한국영화 폐막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워커홀릭 영어강사 미원(주현영)이 갑작스레 실종된 엄마 예분(김미경)을 찾기 위해 동네 사람들과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신 집해위원장은 “마동석의 참석을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공식 국제경쟁 부문인 ‘부천 초이스’에는 8편의 장편과 11편의 단편이 선정됐다.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에서는 11편을 소개한다. 영화제 측은 “올해 두 번째로 선보이는 만큼 한층 발전한 기술력과 섬세한 내러티브를 갖춘 작품을 엄선해 상영한다”고 밝혔다.
‘코리안 판타스틱’에는 한국 장르영화의 현재와 미래와 가능성을 볼 수 있는 8편의 장편과 12편의 재기 발랄한 단편이 공개된다.
특별 섹션 부문으로는 서극 감독의 ‘사조영웅전: 협지대사’를 만날 수 있는 ‘매드 맥스’, 호러 영화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아드레날린 라이드’와 ‘메탈 누아르’, ‘메리 고 라운드’, ‘저 세상 패밀리’, ‘스트레인지 오마쥬’, ‘엑스라지’ 등이 준비됐다.
매년 한국영화의 오늘을 대표하는 배우와 함께 특별전을 선보였던 영화는 올해의 ‘배우 특별전’ 주인공으로 이병헌을 선정했다. ‘더 마스터: 이병헌’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이번 특별전에는 ‘공동경비구역 JSA’ ‘달콤한 인생’ ‘광해, 왕이 된 남자’ ‘남한산성’ 등 이병헌의 대표작 10편과 메가토크, 전시, 기념 책자 등으로 한국영화의 얼굴이 된 이병헌의 세계를 조명한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오는 7월3일부터 13일까지 부천시 일대에서 개최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