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인 홍진경과 배우 김혜은이 제21대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자필로 사과문을 공개했다. SNS에 올린 사진과 글을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여러 해석을 낳고 우려가 형성되자 경솔한 행동임을 반성하는 뜻에서다. 하지만 이들의 자필 사과문을 두고 한편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에 유독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정치 성향에 대한 반감 등 ‘색깔 공격’이 도를 넘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3일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둘러싸고 홍진경과 김혜은이 자필 사과문을 내놓았다. 홍진경은 선거 이틀 전날 한 옷 가게를 방문해 옷을 입는 모습을 SNS에 공개한 직후 ‘옷이 빨간색이다’는 이유로, 김혜은은 유시민 작가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아내인 설난영씨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에 대해 밝힌 개인의 의견이 악의적으로 해석되자, 나란히 사과했다.
홍진경은 지난 1일 SNS에 해외에서 찍은 사진들을 공개했다. 당시 홍진경이 입은 옷들이 진한 빨간색이라는 사실에서 누리꾼의 여러 시선을 자극했다. 빨간색은 국민의 힘을 상징하는 정당 컬러. 마침 사전 투표가 진행된 직후로, SNS에서는 투표 인증 사진을 찍어 공개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홍진경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뜻을 빨간색 상의를 입은 사진으로 드러냈다는 일부의 시선이 제기됐다. 정당 지지와 정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홍진경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일부 악의적인 공격에 시달렸고 결국 대선 당일인 3일 자필 사과문을 통해 오해를 일으킨 행동이었다고 인정했다.
현재 해외 출장 중이라 온라인 등에서 확산한 논란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밝힌 홍진경은 “투표 기간에 오해를 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연예인들을 보며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다”며 “이 민감한 시기에 제가 이렇게 어리석은 잘못을 저지르다니 저 스스로도 진심으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SNS에 올린 사진은 이틀 전(1일) 스톡홀름의 한 가게에서 찍은 것들”이라며 “디자인이 재밌다는 생각에 사진을 올렸는데 당시 제가 입고 있었던 상의의 컬러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하면서 “이유를 막론하고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고 명백히 제가 잘못한 일”이라고 재차 사과했다.

● 김혜은 “공인의 책임 있는 자세” 약속
배우 김혜은도 대통령 선거 이후 개표 방송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된 3일 밤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김혜은은 글에서 “배우로서 저의 생각과 표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고민하고 공인으로서 조심스럽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으로 누구보다 행복한 대한민국, 발전된 대한민국, 세계 속에 우뚝 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응원한다”고 밝혔다.
김혜은이 대선일에 사과문을 게재한 이유는 최근 유시민 작가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설난영씨에 관해 언급한 발언을 비판한 것을 두고 주변에서 우려와 실망을 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 작가는 서울대를 졸업한 김문수 후보와 고등학교를 나와 공장에서 노조 활동을 했던 설씨의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여성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해 김혜은은 지난달 31일 SNS에 “어제오늘처럼 서울대 나온 학력이 부끄러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제가 대신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인간의 학력과 지식은 고단한 인생의 성실함으로 삶의 증거로 말하는 분들 앞에서 한 장의 습자지와도 같은 아무것도 아닌 가치 없는 자랑”이라며 “누구의 인생을 함부로 판단하고 비하하는 혀를 가진 자라면 그는 가장 부끄러운 혀를 가진 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여러 여성 단체들도 유시민 작가의 발언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비판을 제기한 상황에서 김혜은의 발언은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김혜은의 발언 역시 학벌주의 등과 뒤엉켜 우려를 낳자, 대선 투표가 끝난 직후 자필 사과문을 통해 경솔한 행동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혜은은 사과문에서 “저의 글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셨거나 상심한 모든 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저를 오래 지켜봐 주신 분들께 그리고 뜻하지 않게 그 글을 보시고 실망과 불편을 느끼신 분들께, 그 감정의 책임이 온전히 제게 있음을 인식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혜은은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기상 캐스터로 방송에 입문해 현재 배우로 다양한 작품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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