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데뷔작인 ‘과속스캔들’로 822만명을 동원하고, 2011년 ‘써니’로 복고 열풍을 일으키고, 2014년 ‘타짜-신의 손’으로 인기 시리즈를 잇고, 2018년 ‘스윙키즈’에서 전쟁의 비극에서 희망을 찾은 강형철 감독이 7년 만에 새 영화 ‘하이파이브’를 내놓는다. 장기인 코미디를 갈고닦은 강형철 감독 특유의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히어로물로 관객을 공략한다.
1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하이파이브'(제작 안나푸르나필름) 제작보고회에서 강형철 감독은 “초능력이라는 비현실적인 소재를 끌어왔기에 더 현실적인 캐릭터들과 상황들로 작품을 땅에 붙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영화의 주연인 이재인과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오정세 박진영도 참석해 작품을 알렸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하이파이브’는 의문의 장기 기증자에게 이식을 받은 다섯 사람, 완서(이재인)와 지성(안재홍) 선녀(라미란) 약선(김희원) 기동(유아인)이 건강해진 몸과 더불어 생각지도 못한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표식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이들은 팀을 결성하려고 하지만, 살아온 방식부터 가치관까지 달라 만날 때마다 다툼과 사고가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특별한 능력을 보유하게 된 새신교 교주 영춘(박진영)은 평생 꿈꿔온 절대자가 되기 위해서 나머지 이식자들을 찾아 탐하려고 한다.

● 강형철 감독의 자신감
강형철 감독은 또 한번 코미디를 택했다. 감독은 “운이 좋아서 영화감독이 됐고 여러 편의 영화를 찍었는데 소위 어릴 적 비디오 가게에 있는 다양한 장르 중에서 편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걸 찍고 싶었다”며 이번 ‘하이파이브’에서도 “프레시 매니저(한국야구르트의 방문 판매원)와 동네 태권도장의 딸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을 내세워 이들이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발생하는 웃음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기존의 히어로물과 차별화한 부분이다.
그동안 연출작의 각본을 직접 썼던 강형철 감독은 ‘하이파이브’에서도 능력을 발휘한다. 안재홍은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궁금했고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감탄했다”고 말했고, 오정세는 “‘다음 영화는 어떤 장르 해보고 싶어요?’라고 묻는다면 강형철 감독님의 영화라고 답할 정도다. 현장도, 사람도 영화적 낭만이 많이 남아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오정세는 ‘타짜-신의 손’과 ‘스윙키즈’에 이어 강형철 감독과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이번에는 별다른 초능력은 없지만 딸을 지키는 아버지 종민 역이다. “배우들을 떠올리면서 대본을 쓰지 않는데 쓰다 보면 꼭 손을 드는 캐릭터가 있다. 그게 오정세”라고 밝힌 강 감독은 “뜻밖의 페르소나”라고 말하면서 신뢰를 보였다.
● 이재인부터 박진영까지, 어떤 초능력 보유하고 있을까
‘하이파이브’는 그간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을 맛깔나게 연기한 배우들의 능력이 합쳐졌다. 코미디 장르의 특성상 합을 맞추는 과정이 중요한 가운데 베테랑들이 모여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심장 이식을 받은 후 괴력을 얻게 된 태권소녀 완서는 이재인이 연기한다. 2019년 장재현 감독의 영화 ‘사바하’와 2021년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 등으로 주목받은 그는 이번 역할을 위해 프리 프로덕션부터 촬영까지 약 10개월가량 액션 훈련을 받으면서 고난도 와이어와 태권도 동작을 직접 소화했다. “기초 체력을 늘리는 훈련부터 전투 합을 맞추는 무술을 처음 했다”는 이재인은 최대한 대역의 도움 없이 직접 대부분의 액션을 소화했다. 액션 영화는 처음이었지만 꾸준한 노력 덕분에 강형철 감독으로부터 “천재”라는 극찬을 듣기도 했다.

폐 이식 뒤 눈앞의 모든 것을 날릴 정도의 폐활량을 얻는 만년 작가 지망생 지성은 안재홍이 맡았다. 캐릭터의 풀네임은 박지성이라고 소개한 그는 영원한 축구 국가대표 박지성을 의식하면서 “산소탱크적인 면모를 보여준다”며 “초능력 장르물을 탐닉한 인물이라 공식을 알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영화에서 수술을 받고 초능력이 생긴 5명을 한자리로 모으는 인물도 다름 아닌 지성이다.
무엇보다 단발머리로 변신한 안재홍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과 ‘닭강정’ 등에서 최선을 다해 망가지면서 이른바 ‘은퇴설’을 불러일으킨 안재홍은 이번에도 새로운 반응을 만들어낼지 주목받고 있다.
신장을 이식받고 이전보다 아름다워진 미모를 뽐내는 프레시 매니저 선녀는 라미란이 연기한다. 초능력이 생겼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선녀는 주변에 환한 미소로 친절함을 베푼다. “감독님에 대한 기대나 믿음도 있었지만 내 역할에 대한 믿음이 제일 컸다”는 라미란은 ‘하이파이브’를 선택한 이유로 “안 예쁘면 초능력을 발휘해서라도 예뻐질 수 있는 역할이라고 해서 ‘언제 또 해보겠나’ 싶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흔쾌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라미란과 안재홍은 지난 2015년 방송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모자지간으로 등장해 인기를 얻은 주인공들이다. ‘하이파이브’에서 10년 만에 한 팀으로 뭉쳤다. 안재홍은 “늘 재회를 꿈꿔왔다”며 “이번에도 호흡하면서 너무 행복했고 신났고 든든했다”고 만족을 표했다. 이에 라미란은 “워낙 자주 만나서 편안했다. 찰떡같이 주고받고 하니까 연기를 하는 건지 놀러 온 건지 모를 정도로 재밌게 찍었다”고 촬영 과정을 돌이켰다.

간을 이식받은 후 한 가지 처방으로 온갖 병을 고치는 만병통치 능력이 생긴 작업반장 약선은 김희원이다. 최근 강풀 원작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의 연출자로 색다른 도전을 했던 김희원은 “영화에 CG(컴퓨터그래픽)가 많이 들어가는데 배우끼리 시선을 맞추고 조율하는 반장 역을 했다. 강형철 감독이 연기보다 그 점을 더 칭찬해 줬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2010년 영화 ‘아저씨’에서 “야 이거 방탄유리야”라는 대사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김희원의 악역 여부에도 궁금증이 증폭됐다. 김희원은 “요즘은 악역을 안 한다”고 말했고, 이에 강형철 감독은 “(김희원의)얼굴을 보면 알겠지만 당연히 착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원은 2023년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에서 초능력을 지닌 제자들이 다니는 학교의 체육교사를 연기했던 만큼 이번 ‘하이파이브’에서 초능력을 갖게 된 약선이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드디어 초능력자가 되는구나 싶었다”고 반기면서 “초능력을 갖게 되는 점이 제일 많이 끌렸다”고도 말했다.
박진영은 췌장 이식 후 젊어진 새신교 교주 영춘 역이다. 그룹 갓세븐 출신으로 드라마 ‘마녀’와 ‘유미의 세포들’ 등을 통해 활약한 그는 2022년 ‘크리스마스의 캐럴’에 이어 또 한번 영화 주연으로 나선다. 역할에 대해 “높은 위치에 있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바닥에 발을 딛기보다 하늘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힌트를 줬다. 박진영을 두고 강형철 감독은 “이렇게까지 잘 생길 필요는 없는데 이왕에 잘생긴 거 어쩔 수 없다”는 농담도 건넸다.
한편 ‘하이파이브’에는 배우 유아인도 출연한다. 각막을 이식 받은 힙스터 백수 기동이 유아인의 역할이다. 초능력으로 뭉친 5명 중 한명이다. 하지만 유아인은 영화의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던 2023년 2월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 시작해 관련 재판을 거듭하고 있다. 유아인의 재판으로 인해 영화의 개봉 시기도 연기됐다.
이와 관련해 강형철 감독은 “안타깝고 없었으면 좋았을 일”이라고 말문을 열고 “예전에 큰 일이 터졌을 때, 유능한 리더는 해결을 먼저 해야 한다라는 글을 봤던 기억이 있다. 감독이자 책임자로서 후반 작업을 열심히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빛나는 배우들의 작업을 끝까지 완성시켜야 했다”며 “(유아인의 분량)편집적으로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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