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사로운 봄날의 기운이 감도는 5월의 황금연휴가 시작된다. 1일 근로자의 날을 지나 2일부터 본격적으로 황금 연휴가 시작한다.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이 맞물려 6일까지 이어지는 연휴에 맞춰 극장에서도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애니메이션부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범죄 액션까지 여러 장르가 상영 중이지만 현재 가장 주목받는 영화는 지난달 30일 개봉한 ‘파과’와 ‘썬더볼츠*’.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살아온 세계와 살아갈 세상을 지키려 치열하게 고민하는 주인공들이 자신의 쓸모를 찾는 여정을 그렸다. 피비린내 나는 킬러와 요상한 히어로들의 고군분투에서 뜻밖에 ‘따스한 위로’도 얻게 된다.
‘파과’(제작 수필름)는 살인청부업체 신성방역에서 근무하며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렸지만 현재는 퇴물 취급을 받는 60대 킬러 조각(이혜영)과 젊은 킬러 투우(김성철)의 숨 막히는 대립을 그린 작품이다.
회사의 새로운 일원이 된 투우는 자꾸만 조각의 주변을 맴돌면서 집착을 드러낸다. 위기에 몰린 조각은 동물병원 원장 강선생(연우진)의 도움을 받게 되지만 그 일로 그와 어린 딸은 위험에 빠진다. 킬러로서 “지켜야 할 건 만들지 말자”고 말했던 스승 류(김무열)와의 규칙을 깨고, 조각은 두 사람을 지키려 고군분투한다. 올해 제7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베를린날레 스페셜 부문 초청작이다.

1999년 공포영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데뷔해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내 아내의 모든 것’, ‘허스토리’를 연출한 민규동 감독의 작품이다. “60대 여성 킬러 조각을 누가 연기하는지가 관건이었다”고 밝힌 민규동 감독은 “배우 이혜영을 만나자마자 비로소 이 영화가 정말 만들어질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투우 역의 김성철 역시 이혜영과 호흡에 대해 “배우는 얼굴과 목소리 그리고 품어져 나오는 에너지 다 중요하다”면서 “선배님은 배우로서 지닌 에너지가 고유하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만큼 ‘파과’에서 압도적으로 시선을 끄는 존재는 조각 역의 이혜영이다. 나이가 들면서 몸에 조금씩 고장 난 조각은 치고 올라오는 젊은이들과 비교당하며 킬러로서의 ‘쓸모’를 증명해야만 한다. “처음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인물이 가진 엄청난 힘이 궁금해” 작품에 임했다. 그러면서 “여성과 남성, 늙음과 젊음, 이런 게 아니라 우리는 한 인간으로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게 ‘파과’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파과’는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와 ‘고의는 아니지만’ ‘아가미’ 등을 집필한 구병모 작가가 2018년 출간한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옮겼다. 원작의 제목은 조각이 킬러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딘 시기를 빗대어 ‘여자 나이의 16세 전후’를 뜻하는 파과(破瓜)를, 영화는 ‘흠집이 난 과일’을 의미하는 파과(破果)를 뜻한다. 영화에서 조각의 젊은 시절은 배우 신시아가 연기했다.

● ‘어벤져스’는 부재중…MCU의 새로운 시작
‘썬더볼츠*’는 세상을 지키던 어벤져스가 사라진 이후, CIA 국장 발렌티나(줄리아 루이 드레퓌스)가 다시 인원을 모집해 팀을 꾸릴 계획을 세우는 이야기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영화다. 제목의 ‘*'(애스터리스크) 기호는 영미권에서 흔히 부연 설명을 필요로 할 때에 사용된다. ‘썬더볼츠*’에서는 어벤져스는 부재중이라는 설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최정예 암살자이자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릿 조핸슨)의 배다른 동생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 일명 원터 솔져라 불리는 버키 반즈(세바스찬 스탠), 한물간 러시아판 캡틴 아메리카 레드 가디언(데이비드 하버), 전직 엘리트 군인 존 워커(와이어트 러셀), 고스트 에이바 스타(한나 존 카멘), 기계인간 태스크마스터(올가 쿠릴렌코)까지 합류해 히어로의 ‘쓸모’를 검증받는다.
누군가의 눈에는 별나고 이상한 히어로들이지만 이들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본인의 트라우마를 들여다보고 진정한 팀으로 뭉치게 된다.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마블 영화는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팬들의 피로도를 높였기에 이번 영화에 대한 우려와 기대의 시선이 공존했다. 무엇보다 2026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연결되는 만큼 성과도 중요하다.
개봉 직후 형성된 국내 관객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 평에서 관객들은 “가장 인간적인 어벤져스의 새로운 챕터가 기대된다”(ye******), “오랜만에 정말 옛 마블같은 영화”(dr******), “우리가 좋아하던 마블이 다시 돌아왔다”(ha******), “팀 썬더볼츠 서로 안아”(ek******) 등의 의견을 게재했다.
무엇보다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옐레나 역의 플로렌스 퓨의 활약에 대한 호평이 이어진다. 국내 개봉 전 열린 영국 프리미어 당시 “플로렌스 퓨가 영화에 진심을 불어넣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영화 ‘레이디 맥베스’와 ‘미드소마’ ‘작은 아씨들’ ‘듄: 파트 2’의 굵직굵직한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에서 스파이 찰리 역으로 박찬욱 감독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파과’와 ‘썬더볼츠*’ 외에도 통쾌한 범죄 액션 영화 ‘야당’과 마동석이 오컬트 액션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도 연휴 동안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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