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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피엔드’ 네오 소라 감독, “서로 다른 것들 사이 균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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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소라 감독. 사진제공=Aiko Masubuchi

착실하게 쌓아온 자신만의 음색을 조율하고 색다른 방식으로 연주한다. 영화음악의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들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2023년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를 연출한 일본의 네오 소라 감독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어울릴 법하다. 그는 30일 개봉하는 첫 장편영화 ‘해피엔드’를 통해 삶의 경험을 디딤돌 삼아 한 음계씩 밟아나가며 아름다운 선율을 관객에게 들려준다. 

영화는 고등학교 음악동아리 친구들인 유타(쿠리하라 하야토), 코우(히다카 유키토), 아타(하야시 유타), 밍(시나 펭), 톰(아라지)이 일렉트릭 음악이란 공통분모로 모여 저마다 음을 내세워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다만, 교장선생님이 아끼는 자동차를 세로로 세워버리는 발칙한 장난으로 인해 기존의 조화는 불협화음을 내며 무너진다. AI 감시 시스템이 도입된 학교 안에서 이들은 지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사회에서는 일상적이지만 거대한 재난으로 자리 잡은 ‘지진’과 아이들의 비행 행위로 만들어낸 ‘진동’이 동음이의어가 되어 이야기를 뒤흔든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정치적 상황에 눈을 뜨고 직접 시위 현장에 나가 부딪혔던 네오 소라 감독의 생생한 경험이 ‘해피엔드’라는 새로운 악보를 써내려갔다.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한국을 찾은 네오 소라 감독을 만나 ‘해피엔드’의 연주법을 물었다. “솔직한 버전”과 “안 솔직한 버전”을 구분 지어 재치 있게도,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열정적이면서도 진지하게 대답한 그는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를 떠올리며 “단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뜨겁게 시위를 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더라. 하나의 문화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들이 뿌리내린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한국을 가리켰다. 

● ‘국민 국가’ 일본의 지형도를 해체해 청춘의 진동으로 

‘해피엔드’는 고등학생 청춘들의 치기 어린 반항심을 중심에 두고 나아가는 것 같지만, 가장 일반적이고 근대적인 형태의 ‘국민국가'(國民國家)로서 오늘의 일본을 들여다본다. 지진 알림 경보는 시도 때도 없이 울리고, 인물들은 익숙하게 주변을 살핀다. 네오 소라 감독은 안전을 명목삼아 대국민 긴급사태조항을 선포한 총리와 AI 감시 시스템을 도입한 교장을 비슷한 위치에 둔다. 국가의 국민이자, 학교의 학생인 이들은 그 경계선에서 이리저리 방황한다. 

▲10대의 절망적인 에피소드를 다룬다. 제목은 아이러니하게도 ‘해피엔드’다. 

“솔직하지 않은 대답으로 말하자면, 영화 속에서 두 개의 세계가 그려지지 않나. 큰 세계와 작은 세계.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로 보면, 끝(END)이지만, 주인공들의 우정은 행복(HAPPY)이지 않나. 서로 다른 두 개가 맞물리는 감각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더 솔직한 대답으로 말씀드려보겠다.(웃음) 원래 제목은 지진이었다. 사실 상상력이 없어서 제목을 잘 짓지는 못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분들이 지진에 관한 영화라고 예상하지 않았으면 했다. 발음의 울림이나 글자의 형태를 떠올리며, 직감적으로 ‘해피엔드’라는 제목이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연기 경력이 없거나 신예 배우다. “촬영 두 달 전부터 화상 워크숍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캐릭터에 가까운 사람을 찾고 있었다. 오디션 때, 기적적으로 이들이 나타났다. 직감적으로 느꼈다. 아타 역의 하야시 유타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기 경험이 없어 워크숍이 필요했다. 밍 역의 시나 펭은 뉴욕에 있어 처음 1개월은 줌으로 했다. 촬영 한 달 전 다 같이 모여 실제 워크숍을 진행했다.”

▲대체적인 청춘물과 다르게 친구의 우정이 정치적 사상 때문에 무너지는 과정을 그린다. 일본 사회 곳곳의 문제들을 파헤친다. 어떻게 각본을 쓰게 되었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에 느낀 감정, 친구들과 함게 지낸 경험에서 시작됐다. 두 번째는 나의 정치적 성향과 상황인 것 같다. 문제에 눈을 뜬 것이 2011년 3·.11 후쿠시마 원전 문제다. 당시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방학 때마다 일본으로 넘어가 반원전 데모 시위에 참여했다. 마침 2010년대를 보면, 정치와 사회 운동이 활발해진 때다. 2012년 ‘월가를 점거하라'(Occupy Wall Street), 2013년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2016년 반 트럼프 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나. 지금 미국에서도 팔레스타인 시위가 있듯, 청춘이 모여 토론을 많이 했다. 그런 문제의식을 갖게 되면서 친했던 친구들과 거리가 생기는 과정이 슬프기도 하더라. 그때의 경험들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다.”

유타 역의 쿠리하라 하야토(왼쪽)와 코우 역의 히다카 유키토. 사진제공=영화사 진진
유타 역의 쿠리하라 하야토(왼쪽)와 코우 역의 히다카 유키토. 사진제공=영화사 진진

▲근미래의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SF적인 장르로 나아간 이유는? 

“1923년도에 관동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조선인 학살이 발생하지 않았나. 일본인들에게는 ‘대지진’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100년~150년 사이에 발생하는데, 그 마지막으로부터 80년이 지난 상황이라서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이 하나의 요소다. 가까운 시일 내에 대지진이 일어난다고 가정해 보자. 1923년 이후 자행했던 일들에 대해 일본인들은 제대로 반성을 하고 있을까. 이렇게 반성하지 않은 채로 그 정도 규모의 일이 발생한다면 일본은 어떤 상황이 될까. 하나의 실험 같은 것을 해보고 싶었다.”

▲국가의 공권력과 학교의 시스템 사이에 균열을 일으키는 지진이라는 재난과 아이들의 비행 행위로 인한 진동이 동일선상에 놓여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떤 근미래를 그릴지 고민을 했다. 미국의 SF 소설가 월리엄 깁슨이 말한 ‘미래는 이미 와있다. 다만 불균등하게 배분될 뿐이다.'(The future is here. It’s just not widely distributed yet.)이란 문장이 떠올랐다. 아마 미래는 이미 여러 장소에 던져져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하나의 영화로 모아놓으면 근미래적인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해피엔드’ 안에서 직접적으로 나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총리 수상이든 교장이든 구조 안에서 할 일을 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그것이 커다란 맥락에서는 국가고, 조그만 맥락에서는 학교인 것이다.”

▲재일한국인 코우, 대만 출신이지만 능숙하게 중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밍, 고등학교 졸업 이후 아버지가 있는 미국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톰까지. 다양한 친구들이 함께 어우러진다. 학교 내부에서도 외국인들, 즉 자국민이 아닌 영화에서도 드러나듯 비국민이다.  

“우선, 실제로 일본은 인구가 줄어들면서 노동력의 다수를 외국인 이민자들로 채워가고 있는 상황이다. 확실히 20년 전과 비교하면, 외국인들이 많아졌다. 다음은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애초에 일본이란 과연 무엇인가’ 현재의 일본인에 대한 이미지는 근대에 와서 발명된 것이 아닐까. 메이지 유신 이후, ‘국민국가’가 만들어지고 제국이 형성된 것이 아닐까. 우리가 이야기하는 일본인의 이미지를 조금씩 무너뜨리고 싶었다. 톰을 연기한 아라지 배우는 세네갈과 일본인 혼혈이다. 나보다 그 친구가 일본에서 성장하고 자란 기간이 길다. 하지만 언뜻 보면, 외국인으로 인식하지 않나. 문화 안에서 우리가 형성된 이미지들, 국민국가에서 일본인이라는 민족, 인종에 연결된 개념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고, 영화 속에서 녹여내고 싶었다.

일본은 굉장히 잘 변화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조선을 포함해서 천왕의 식민이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1947년도 외국인등록령을 발표한다.(전쟁에서 패배한 일본의 정책, 조선인은 당분간 외국인으로 간주한다는 것) 그러면서 일본 안에서 자국민과 비국민이 나뉜다. 외국인은 언제든지 강제송환할 수 있는 카테고리 안에 속해있다. 나는 국가적 아이덴티티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연기처럼 사라질 수도 있지 않나. 다만, 지금 세계의 구성과 기조 하에서는 일본의 여권을 가지고 얼굴 인식을 해서 비행기 게이트를 빠져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라는 한계 안에서 폭력에 쉽게 노출되는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다. 이런 경계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영화 ‘해피엔드’의 고등학교 교내음악동아리의 친구 5인방. 사진제공=영화사 진진 

● 캐스팅부터 촬영까지 제작 비하인드 AtoZ

일상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시킨 ‘해피엔드’에는 네오 소라 감독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2020년 단편영화 ‘더 치킨’, 2022년 ‘슈가 글래스 보틀’을 만들어오면서 성향과 취향 사이 균형감을 차분히 맞춰왔다. 학창 시절의 찬란함과 사회적으로 눈을 떴던 뾰족함을 조립한 영화의 이야기는 보편적이지만 특별한 담론으로 뻗어나간다. 언제나 ‘유머러스함’을 우선 사항으로 둔다는 네오 소라의 세계가 더 궁금해진다. 

▲교장의 자동차를 세로로 세우는 짖궃은 장난이 눈에 띈다. 이로 인해 AI 시스템이 도입되어 아이들이 답답해하지 않나. 당신의 경험인가? 

“그 정도로 반항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반항심은 늘 가지고 있었다. 시위에 참여하면서 권력에 대한 저항감을 표출하기도 한 것 같다. 틀린 것은 틀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차에 대한 힌트는 미용실을 갔다가 얻었다. 예전에는 머리카락이 지금보다 더 있었다.(웃음) 친구가 운영하는 미용실이었는데, 그때 들은 이야기가 놀라웠다. 불량 중학교에 다녔는데, 학교에 전설적인 선배가 두 명 있었다고 하더라. 어느날 학교에 갔더니, 선생님들의 차를 모두 세웠다더라. 다음날 다시 가로로 돌려놓긴 했지만, 너무 재밌더라.”

▲교내 음악연구회 동아리 친구들은 전자음악, 테크노에 빠진다. 일본의 유명한 DJ 유스케 유키마츠가 등장해 놀라움을 사기도 한다. 

“원래 테크노를 좋아하는 편이다.(웃음) 유스케 유키마츠는 팬이었는데, 일본에서 그의 라이브 무대를 보러 갔다가 인사를 나눴다. 이후, 에릭 로메르, 허우 샤오시엔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갈 때마다 마주쳤다. 그도 예술영화의 엄청난 애호가였고 친해지게 됐다. 각본을 쓸 때부터 이름을 넣어서 시나리오를 썼다.”

▲장면 대부분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뤄진다. 

“서사 안에서 큰 세계와 작은 세계가 영향을 주고받지 않나. 캐릭터들이 같은 정도의 크기로 감정을 느끼는 것을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해보면, 육교나 교각에 대한 집착(fetish)이 있다. 그것들을 연결해 주는 볼트도.(웃음) 인간보다 큰 크기이지 않나. 영화 속에서 큰 구조물과 건축물이 나오는데, 거대한 지진이 온다면 모두 무너지게 될까라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를 통해 알려졌다. 아버지인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받은 영향이 있나.

“아마도 있을 것 같다. 제 안에서는 그저 아버지로서 존재한다. 물론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내가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지는 모를 일이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보게 하셔서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3~4편 정도 있다. 가장 공통적인 것은 유머러스함이다. 그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면 어쩐지 시니컬해져서 마음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갈지 고민이 된다.”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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