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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 데일리 2호] 개막작 ‘그를 찾아서’ 피오트르 비니에비츠 감독 인터뷰 “영화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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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찾아서’의 피오트르 비니에비츠 감독. ‘그를 찾아서’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사진제공=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영화제의 얼굴과도 같은 개막작으로, AI(인공지능)가 창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그를 찾아서'(원제 About a Hero)를 선정하며 영화제가 지향하는 실험성과 도전 정신을 보여줬다.

피오트르 비니에비츠 감독이 연출한 ‘그를 찾아서’는 “4500년 후에도 컴퓨터는 내 영화만큼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남긴 독창적 스타일과 괴짜 이미지로 유명한 독일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의 발언에서 출발한다. 헤어조크 감독의 시나리오를 학습한 AI가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시나리오를 창작했다. 피오트르 감독은 “헤어조크 감독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은 아니다”며 이 작품을 통해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탐구하고 새로운 사유와 토론을 이끌어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가상의 독일 도시에서 발생한 한 공장 노동자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따라가는 ‘그를 찾아서’는 헤어조크 감독을 연상케 하는 인물이 내레이션을 맡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전개된다. AI와 창작의 경계, 예술 윤리를 탐구하는 실험적 시도를 담고 있지만, 피오트르 감독은 진보한 기술 자체보다는 기술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관계에 주목하며 관객들에게 낯설지만 새로운 시각을 경험하게 한다.

▶ ‘그를 찾아서’가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감정과 한국 관객들과 만난 소감은 무엇인가.

“영광스러웠고 동시에 신선하다고 느꼈다. ‘그를 찾아서’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영화로 여러 층위를 담고 있다. 주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참여해왔는데, 성격이 다른 관객들과 만날 수 있어 더욱 특별했다. 실제로 관객들의 질문 하나하나가 흥미로웠다. 이 영화는 어떤 주장을 내세우거나 기술을 찬양하지 않는다. 다소 비판적인 시선을 담고 있지만, 다양한 발언과 사유를 이끌어낼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토론의 장을 지향하는 이 영화가 존재하기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완벽한 공간이라고 느껴진다.”

▶ 이번 작품의 출발점이 됐다고 알려진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발언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영감을 받게 된 것인가.

“2016년 헤어조크 감독의 코멘트를 들었을 때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 발언에는 기술과 기계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이 담겼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 가진 테크노포비아(기술 공포증)로도 해석될 수도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를 인간과 기술의 관계의 관계를 탐구하는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를 찾아서’의 시작이 꼭 헤어조크 감독 때문만은 아니다. 이전부터 기술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구상했다. 특히 기계가 인간을 얼마나 적절하게 따라 할 수 있는 판별하는 ‘튜링 테스트’를 소재로 떠올렸다. 헤어조크의 발언은 이 아이디어에 큰 영향을 줬다. 그가 지닌 목소리와 영화사에서 차지하는 상징성도 영화의 메시지와 깊이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관객과의 대화 중인 피오트르 비니에비츠 감독. 사진제공=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AI가 시나리오를 쓴다는 점에서 감독의 창작적 개입은 어디까지였나.

“이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 기술 수준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 챗GPT도 없었고, 기술적인 수준의 차이가 있었다. 먼저 헤어조크 감독의 작품과 어휘를 AI에 학습시키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학습한 AI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단어와 문장, 단락들을 쏟아냈고 이를 시나리오 형태로 편집했다. 또한 ‘그를 찾아서’가 지닌 ‘자기 반영적’ 특성 때문에 다큐멘터리적 요소도 포함해야 했다. 인간과 기술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존재론적인 질문과 성찰을 담기 위해 예술가, 미학자, 철학자 등의 실제 코멘트도 담아야 해서 각색은 필수였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팀 전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 ‘그를 찾아서’가 담고자 한 인간성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정의한다면.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복잡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인간의 창조성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튜링 테스트 과정을 반복하며 인간의 복잡성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 역시 불완전하며, 부족하고 때로는 나쁜 행동도 한다. 우리는 AI가 만들어내는 콘텐츠에 공포를 가지고 때로는 단순한 모방으로 치부하지만 AI는 아직 초기 단계이고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이 창의적이고 선한 것은 아니었듯, AI 역시 긍정적인 가능성과 동시에 윤리적 책임을 수반한다. 인간과 AI 모두 불완전하며 AI는 앞으로 인간의 부족함과 오류를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데 분명히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

▶ 영화를 보면 AI 화면이 섞인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있는데, 실제 촬영은 과정을 설명해 준다면.

“영화를 처음 기획할 당시에는 지금처럼 AI 생성 이미지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다. 기술 수준이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애초에 AI 이미지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조차 못 했다. 오히려 실사 촬영으로 만들면서도 일부러 인위적으로 보이도록 연출하고 싶었다. 관객이 ‘AI가 만든 이미지인가?’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의도했고,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은 그렇게 느끼기도 했다. AI 기술을 실제로 사용한 부분은 단 한 군데다. 극중 토크쇼가 시작되기 전, 어두운 공간 속에서 기계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의 모습이 나오는데 여기에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했다.”

'그를 찾아서' GV 현장. 사진제공=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를 찾아서’ GV 현장. 사진제공=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이 영화를 찍기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기술은 또 엄청 다르다고 하지 않았나. AI 기술 발전 속도에 따른 창작자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가.

“크리에이터로서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발전을 따라가며 도움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이런 기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하며 기다리기도 한다. 동시에 현재의 상태를 지키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인공지능 언어 모델은 예측불가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때문에 어디서 멈출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을 자랑하거나 쇼케이스처럼 내세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는 여전히 사유와 비판적 시선을 담아내야 한다. 그렇기에 기술 사용을 적절히 멈출 줄 아는 판단력이 중요하다.”

▶ 그 과정서 앞으로 인간 감독의 역할은 어떻게 진화할 것이라고 보고, 영화 작업에서 AI 활용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은 어떻게 보는가.

“도구의 발달 덕분에 작업이 더 쉬워진 측면은 분명 있지만, 본질적인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고 본다. 감독은 여전히 비전을 실현하고, 영화가 담아야 할 비판적 관점과 메시지를 책임져야 한다. 제가 아는 거의 모든 감독들은 이미 어떤 형태로든 AI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서 AI 활용에 대한 우려는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AI가 전쟁이나 무기 같은 파괴적인 영역에 쓰일 때 생기지 않을까. 그 점을 더 경계해야 할 것이다.”

▶ ‘그를 찾아서’를 접한 관객들이 가장 크게 느끼길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질문과 토론을 유발하기를 바란다. ‘이게 사실일까?’ ‘내가 믿고 있는 것은 맞을까?’처럼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기회를 갖길 바란다. 동시에 관객들에게 즐겁고 엔터테인먼트적인 경험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 AI와 협업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는가. 다른 실험적인 시도에 도전할 생각인가.

“물론이다. 앞으로 인간 삶의 유한함이나 죽음과 삶의 연장 같은 주제를 다루는 고전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들 계획이 있다. 그 과정에서 AI 툴을 활용할 생각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작품은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로맨틱 코미디다. 이 작품은 (AI가 아닌)두 명의 인간 작가가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그를 찾아서'의 한 장면. 사진제공=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를 찾아서’의 한 장면. 사진제공=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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