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반복해서 받는 질문이 있다. ‘영화는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는가?’, ‘관객은 그 상상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가?’이다.
추석 연휴를 맞이해 지난 23일 극장 개봉한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 제작배급 하이브미디어코프)을 둘러싸고 이 질문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당시 기록에 남은 의문과 여러 가지 가능성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미스터리 추적극을 표방한다. 당시 특별수사본부가 내린 공식 수사 결론과 다른 가능성을 작품의 주요 서사로 제시하면서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영화가 사건의 배후를 북한이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 쪽으로 돌리는 것처럼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27일 자신의 SNS에 “영화적 상상력이 아니라 유족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패륜적 범죄”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권양숙 여사가 사주했다는 영화가 나온다면 그것도 표현의 자유인가”라고 썼다. 역사적 사실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수준이라면 창작만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의대 출신 기자 홍혜걸 씨도 이 같은 입장이다. 그는 “아직 유족도 살아있는데 억지 음모론으로 인구 절반이 존경 내지 인정하는 고인을 모독하는 게 옳은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자기 진영엔 절대 허용되지 않을 각본도 반대 진영으로 오면 예술이 추구하는 허구라며 찬양한다”며 창작의 자유가 정치적 진영에 따라 다르게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의 문제 제기는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역사적 인물과 실제 사건을 영화적으로 재현할 때 그 표현이 유족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관객들에게 얼마나 명확하게 전달되는지 여부다.

다만 미스터리 드라마 장르에서 공식 기록에 남지 않은 의문을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하는 것은 창작의 중요한 방식이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해석만 영화에서 허용한다면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질문이나 비판적 시각을 예술이 제기하기 어려워진다.
중요한 것은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 창작물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명시하고, 실제 기록과 극적 설정 사이의 경계를 관객이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관객들도 영화를 역사적 사실 그 자체로 받아들일지, 가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제작자들도 역사적 소재를 다루는 데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은 존중하나 유족이 존재하고, 사건의 당사자들이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다면 더욱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영화적 상상력의 적정선은 상상력의 크기로만 결정하기보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얼마나 다루느냐다. 관객은 모든 영화를 역사적 진실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고, 영화가 던지는 해석과 실제 역사적 사실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표현의 자유와 역사적 사실을 존중하는 것은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가 역사와 예술을 어떤 태도로 바라볼 것인지 묻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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