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렵게 내 집 장만에 성공한 우성은 이 시대 청춘의 자화상이길 바랐습니다. 꼭 강하늘이 역할을 맡길 원했어요.”
영화 ’84제곱미터'(제작 영화사 미지)의 김태준 감독은 주인공 우성을 배우 강하늘이 연기하길 바랐다고 밝히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른바 ‘영끌족’으로 대출을 있는 대로 받아 30평대 아파트를 마련하지만 이내 집 주변에서 퍼지는 층간 소음으로 공포스러운 상황에 놓이는 인물을 연기할 배우로 강하늘이 가장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14일 열린 ’84제곱미터’ 제작보고회에서 김태준 감독은 강하늘에 갖는 신뢰를 드러냈다. 층간 소음이라는 현실 소재와 영끌족부터 고금리 대출까지 생활과 밀접한 이야기들을 녹인 작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 세계를 완성할 수 있도록 이끈 존재가 강하늘이라고도 했다.
영화는 ‘국민 평형’으로 통하는 84제곱미터, 32평 아파트 매매에 성공한 영끌족 우성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 소음에 시달리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지난 2023년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천우희 임시완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통해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섬뜩한 이야기를 그린 김태준 감독이 다시 도전한 스릴러 장르의 작품이다.
강하늘이 소화한 우성은 평범한 30대 직장인이자, 주택 담보대출부터 퇴직금, 원룸 보증금, 엄마의 마늘밭 판매금까지 다 털어서 32평 아파트에 입성한 인물이다. 마침 아파트 인근에 GTX가 지나간다는 호재까지 맞물려 우성의 기대감도 커진 상황. 하지만 입주 직후 알 수 없는 층간 소음이 시작되면서 주민들 사이에 긴장감이 형성되고, 우성은 그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된다.

● “우성에 지금 청년의 현실 투영하고 싶어”
’84제곱미터’의 각본을 쓴 김태준 감독은 “지금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 모습과 욕망을 우성에 투영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재산을 모으려고 분투하지만 고금리의 압박에 시달리는 30대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도 있었다.
“우성이 처한 상황이 팍팍하다 보니 우성이 지나치게 어두운 인물이 되는 게 아닌가 걱정도 들었다”는 감독은 “때문에 평소에 강하늘이 가진 긍정적 이미지가 우성에 더해진다면 단순히 어두운 인물이 아니라 ‘짠한’ 캐릭터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강하늘은 이번 ’84제곱미터’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지난 3월 개봉한 ‘스트리밍’, 4월 개봉한 ‘야당’에 이어 올해 3번째 주연 영화다. 드라마까지 더하면 5월 방송한 ENA ‘당신의 맛’과 6월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도 있다. 왕성한 작품 활동 가운데 공포 스릴러로 변화를 시도하는 강하늘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콘티북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다”고 돌이켰다.
단숨에 시나리오를 읽은 경험은 강하늘에게도 새로웠다. “보통 시나리오가 읽는 사람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글이 적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감독님의 대본은 마치 연출하기 위해 적은 콘티북 같았다”며 “대본을 보자마자 감독님의 스타일이 어떨지 그려졌다”고 했다.
오랜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한 강하늘은 촬영 과정에서 정작 “감독님이 너무 디테일해서 힘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떨리는 눈, 올라가는 눈썹, 듣고 있는 귀 등 디테일하게 촬영했는데 귀를 찍을 때는 땀을 한 방울 흘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촬영 당시에는 어려웠지만 완성된 작품을 확인한 뒤 “땀 한 방울로 긴장감을 살리기도 하고, 살리지 않기도 하는 게 감독님만의 디테일”이라고 덧붙였다.

● 최근 부쩍 늘어난 층간 소음 소재 공포
’84제곱미터’는 아파트로 상징되는 공동 주택에서 발생한 층간 소음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점에서 최근 개봉한 ‘노이즈’, ‘백수아파트’ 등과 연결된다. 특히 이선빈 주연의 ‘노이즈’는 지난달 25일 개봉해 12일 누적관객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흥행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태준 감독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많은 분이 층간 소음을 겪고 있다”며 “우리나라 주택 80%가 공동 주택이고 그중에서도 아파트가 80%트 이상인데 국민의 대부분은 층간 소음을 겪거나 겪을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층간 소음이라는 소재가 굉장히 시의성이 있고 공감대가 형성 가능한 소재라고 생각했다”고도 설명했다.
작품에 현실성을 높이는 인물들도 있다. 우성이 사는 아파트의 입주민 대표 은화와 수상한 윗집 남자 진호다. 이들은 우성을 의심하면서 궁지에 몰아넣는 인물들로 각각의 비밀도 감추고 있다. 권력을 가진 은화는 배우 염혜란, 보는 순간 모두를 얼게 만드는 진호는 배우 서현우가 연기한다. 강하늘과 염혜란, 서현우로 이어지는 연기 앙상블도 이번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높인다.
’84제곱미터’는 오는 18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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