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BIFAN 데일리 2호] 이병헌의 메가토크, 밀도 높은 이야기에 터진 박수

맥스무비 조회수  

배우 이병헌은 “해보지 않은 역할보다 새로운 이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제 인생에서 판타스틱한 순간이요? 사실 요즘이 그렇죠. ‘오징어 게임’이라는 엄청난 현상이 생기고 전 세계에 어마어마한 팬들도 생겼어요. 정말 놀라운 순간들입니다.”

“돌아본다면 할리우드 영화 ‘레드2’에 출연할 때가 가장 기억이 남아요. 배우의 인생에서 이렇게 꿈같은 순간이 있을까 싶었어요. 저는 4살 때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보기 시작했어요. 엄청난 할리우드 키드인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레드2’ 안에 제가 어릴 때 아버지와 같이 찍은 사진을 넣을 수 있었어요.”

판타지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하는 제29회 부천국제타스틱영화제는 지금 누구보다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배우 이병헌을 ‘더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올해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으로 초대했다. ‘남산의 부장들’처럼 지독히 현실적인 장르의 영화부터 ‘번지 점프를 하다’ 처럼 이루고 싶은 열망을 녹인 작품까지, 이병헌의 주연작 10편이 영화제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병헌도 관객의 곁으로 더 깊이 들어선다. 3일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4일 오후 기자회견과 이어진 메가 토크에서 영화와 함께 한 인생을 진솔하고 깊이 있게 풀어냈다. 그 중 메가 토크 현장은 ‘오징어 게임’의 프론트맨, ‘달콤한 인생’의 선우, ‘지 아이 조’ 시리즈의 스톰 쉐도우를 넘나든 이병헌의 값진 발걸음을 되짚는 자리였고, 유쾌한 웃음과 커다란 박수로 가득 찼다. 

“판타스틱”. 지금 이병헌을 바라보는 전 세계 영화팬들의 느낌이다. 더는 할리우드 영화의 제작진으로부터 “선택받길”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선택할 수 있는” 배우가 된 지금, 이병헌은 2013년 주연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 「레드2」를 떠올린다. 그 이유는 배우가 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존재 아버지를 향한 깊은 사랑과 그리움이다.

“아버지께선 작은 비즈니스를 하셨지만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영화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가 20대 때 돌아가셨기에 저의 해외 활동을 보지는 못하셨죠. ‘레드2’ 촬영 때였어요. 감독님이 아버지와 제가 어릴 때 찍은 사진을 소품으로 준비해 달라고 하길래 ‘(사진으로)아버지도 출연하는 거냐’고 물었죠. 그렇다는 거예요. 영광이었죠. 아버지께서는 할리우드 키드였는데 할리우드 영화에 나온다면 비록 멀리 계시지만 무척 행복해하실 것 같았어요.”

미국 LA에서 ‘레드2’가 처음 공개되던 시사회를 이병헌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딘 패리소트 감독은 옆에 앉은 이병헌에게 ‘엔딩 크레디트를 자세히 보라’고 거듭 당부했다. “아버지의 영문 이름이 조연 캐릭터로 올라가더라고요. 아! 그때만큼 제 인생에 판타스틱한 순간이 또 있을까요.”

배우 이병헌.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 이병헌의 라이벌은 이병헌 

이병헌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로부터 특별전의 주인공이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부끄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한, 여러 감정이 섞였다”고 털어놨다. 영화제 기간 상영할 10편의 영화를 고르는 일은 그에게 묘한 설렘도 안겼다.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된 영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처럼 몇 가지 기준”으로 선택한 10편이 다시 관객과 만난다. ‘그해 여름’ ‘악마를 보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내부자들’ ‘남한산성’ 등이다. 

이병헌은 이들 영화를 촬영하고 관객과 만난 과정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중 ‘달콤한 인생’이 개봉한 2005년, 객석의 규모가 1000석을 훌쩍 넘긴 부산 대영시네마에서의 무대인사 기억을 다시금 꺼냈다.

“‘달콤한 인생’은 세월을 거치면서 못 봤던 사람들이 많이 보면서 점점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제 대표작이 될 정도가 됐어요. 하지만 개봉했을 땐 조금 달랐습니다. 저와 김지운 감독님, 신민아 씨가 전국 극장으로 무대인사를 다녔는데 부산 대영시네마는 객석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형극장이었죠. 그런데 그 큰 극장에 10명도 채 안 되는 관객이 앉아 있더라고요. 그때 정말 충격이 컸어요. 무대인사 대신 관객과 마주 보고 앉아서 이야길 나눴어요. 지금 돌아보면 추억이지만 그때는 정말…” 

스스로 “멀티가 안 된다”고 말하는 이병헌은 그래서 더 연기에 집중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성공,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부터 ‘승부’까지 멈추지 않는 도전으로 매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이병헌의 라이벌은 이병헌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넘치는 에너지의 동력이 무엇일까. 

“(계속 일을 시키는)매니저 때문에? 하하하! 저를 또 감동시키는 게 뭐가 있을까 늘 궁금해요. 좋은 작품을 끝내면 다음 작품은 그 감동에 미치지 못하면 어쩌나 싶기도 해요. 하지만 다음에 다른 작품을 만나 또 다른 감흥을 얻기도 하죠. 그래서 멈추지 않는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을 하고 나서 ‘다음에 더 나은 작품을 골라야지’ 하면 2, 3년은 그냥 쉬게 되더라고요. 부담감에 힘들어도 빨리 경직된 어깨를 자연스럽게 풀어야 해요.”

“가령 어떤 작품을 제안받았는데 저는 그 작품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느낀 감동을 똑같이 받을까? 궁금하고 고민을 하게 되는데, 그런 생각은 끝이 없어요. 그래서 얻은 결론은 제가 좋은 걸 하자, 마니아만 좋아할 것 같은 영화면 어때? 그런 마음으로 임하니까 작품을 선택하기에 조금 편해지기도 합니다.”

멈추지 않는 이병헌도 최근 한국영화의 제작 편수가 현저히 줄어든 상황을 체감하고 있다. 2년여 동안 극장과 영화 업계의 위기를 크게 느끼고 있다는 그는 “이전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달라진 업계의 분위기가 있는데 그래서 모든 영화인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 위기를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을 많이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일”이다. “저나 감독님들은 더 좋은 작품을, 더 잘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어쩔수가없다’의 한 장면. 사진제공=CJ ENM

● 이병헌이 밝힌 ‘어쩔수가없다’에 관한 힌트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과 재회한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올해 가을에 내놓는다.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이후 아내(손예진)와 두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전쟁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메가 토크에서도 신작을 향한 궁금증이 증폭됐고, 이병헌은 몇 가지 힌트를 건넸다. 

“영화를 찍어놓고 공개되기를 이렇게까지 기다린 영화는 처음이에요. 그만큼 작업 과정이 새로웠고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박찬욱 감독님과 「쓰리, 몬스터」 이후 20년 만에 만나 새로운 작업이었는데 역시나 참 그 작업 과정은 재미있었습니다. 순간순간 발전하는 애드리브뿐 아니라 상황의 변화들도 많았어요. 정말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처음 박찬욱 감독님으로부터 전화통화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요.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듣는 데 ‘아! 이 영화는 감독님의 작품 중 가장 상업적인 작품이겠구나’ 싶었어요. 물론 가슴에 오래 남을 주제와 메시지가 묵직하지만 블랙 코미디 장르의 개성이 강한 영화라서 많이 웃을 수 있는 영화예요.”

이날 메가 토크를 찾은 관객들은 30년간 쉼 없이 연기한 이병헌에게 ‘아직도 하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궁금해했다. 질문을 받은 그는 곧장 “해보지 않은 게 많다”며 “특히 직업적으로 본다면 의사와 검사 변호사, 현직에 있는 경찰 역할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단숨에 답했다. 그러면서도 “역할보다는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갈망은 끊임없이 이어진다”며 “새로운 이야기에서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무척 행복하다”고 했다.

연기를 전공하고 있는 배우 지망생 관객의 질문은 좀 더 구체적이었다. 평소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을 연기로 풀어낼 때,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번에 이병헌은 답변을 내놓기까지 조금 시간을 뒀다. “(질문의 답을)정확히 더 생각을 해봐야 한다”면서도 “언제 생겼는지 모를 사람들을 관찰하는 습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게 왜 저런 버릇이 생겼는지, 성격은 어떤 이유로 형성됐을지 자꾸 추리를 해요. 언젠가 처음 만난 분이 저의 눈이 아닌 눈썹을 보고 계속 이야기를 하길래 저는 뭐가 묻었나 싶어서 계속 이마를 닦으면서 답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상황이 오면 별의별 상상과 추측을 합니다. 관찰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러 이야기가 오간 자리에서 이병헌은 아들과 함께 보는 영화를 바라는 ‘아빠의 마음’도 꺼냈다. 영화를 사랑한 아버지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듯, 아들과 함께 보는 영화의 의미는 이병헌에게 남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아들이 초등학생이라 관람 등급을 맞추려다 보니, 자신이 주연한 영화 가운데 지금까지 같이 본 영화는 단 세 편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공동경비구역 JSA’ ‘승부’ 뿐이다. 그런 이병헌은 이번 배우 특별전을 계기로 한 편을 더 떠올렸다. 2006년 개봉한 멜로 영화 ‘그해 여름’이다. 마침 메가토크 현장에는 ‘그해 여름’의 조근식 감독도 찾아와 이병헌과 만났다.

“아들과 같이 볼 네 번째 영화로 ‘그해 여름’을 생각하고 있어요. 단지 취조받는 장면이 좀 걱정인데 아이가 보다가 ‘아빠가 왜 저렇게 맞지?’ 속상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잘 설명을 해 줘야죠.”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댓글0

300

댓글0

[맥스 스타] 랭킹 뉴스

  • [BIFAN 데일리 2호] AI 영화 '에디토리얼' 여성성은 어떻게 읽히는가 (프리뷰+)
  • [BIFAN 데일리 2호] 'BIFAN+' 한국 애니메이션의 초기 '손오공'을 재발견하다
  • [BIFAN 데일리 2호] 개막작 '그를 찾아서' 피오트르 비니에비츠 감독 인터뷰 "영화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 주말 극장서 뭘 볼까, 반가운 '공룡' VS 짜릿한 'F1'
  • 이병헌 "늘 사람들 관찰하며 공감대 넓히려고 해"
  • [BIFAN 데일리 1호] '이상해도 괜찮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상력의 위로

[맥스 스타] 인기 뉴스

  • [BIFAN 데일리 2호] AI 영화 '에디토리얼' 여성성은 어떻게 읽히는가 (프리뷰+)
  • [BIFAN 데일리 2호] 'BIFAN+' 한국 애니메이션의 초기 '손오공'을 재발견하다
  • [BIFAN 데일리 2호] 개막작 '그를 찾아서' 피오트르 비니에비츠 감독 인터뷰 "영화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 주말 극장서 뭘 볼까, 반가운 '공룡' VS 짜릿한 'F1'
  • 이병헌 "늘 사람들 관찰하며 공감대 넓히려고 해"
  • [BIFAN 데일리 1호] '이상해도 괜찮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상력의 위로

[맥스 스타] 추천 뉴스

  • [BIFAN 데일리 1호] '이상해도 괜찮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상력의 위로
  • [BIFAN 데일리 1호] 뜨거웠던 개막식 화보, 이병헌부터 수현·이기광·한선화까지
  • 이종석, 주말 안방 등판...박보검 VS 남궁민과 '3파전'
  • '히든페이스'→'좀비딸' 조여정, 달콤살벌 반전 매력 선사
  • 배우 방민아·온주완, 열애설도 없이 11월 결혼 발표
  •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이번에도 공룡 흥행 불패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