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전을 한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민망함의 연속입니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은 배우 이병헌이다. ‘한국영화’ ‘한국배우’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얼굴. ‘더 마스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배우. 왜 이제야 하는지가 의아할 정도로 인데, ‘더 마스터’의 주인공은 부끄러운 모양이다.
4일 경기도 부천 현대백화점 중동점 문화홀에서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특별전 ‘더 마스터: 이병헌’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 이병헌과 신철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병헌은 “대 선배님들이 평생 일궈놓은 작품들로 특별전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생각한 적 있는데 그런 날이 왔다는 게 배우로서 뿌듯하고 보람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이병헌을 흥행 배우로 이끈 박찬욱 감독의 2000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비롯해 ‘번지점프를 하다’ ‘달콤한 인생’ ‘그 해 여름’ ‘악마를 보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내부자들’ ‘남한산성’ ‘남산의 부장들’ ‘콘크리트 유토피아’ 총 10편을 상영한다. 이병헌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들, 의미있는 작품들로 선정했다”며 선정작 이유를 밝혔다.
●배우에게 필요한 덕목은? 폭넓은 공감대!
신철 집행위원장은 “배우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이병헌의 작품들을 다시 봤다”며 “정말 연기를 겁날 만큼 잘한다. 괴물이다. 국보다”고 이병헌의 면전에서 찬사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더 마스터’보다 ‘더 몬스터’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지 않냐”는 너스레로 이병헌을 웃음짓게 했다.
신 집행위원장의 말처럼 매 작품 무시무시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이병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우의 덕목은 무엇일까. 그는 ‘공감대’를 강조했다.
이병헌은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많고 그 사람들이 가진 생각, 처지가 다 다르다”며 “그 모든 것들 중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늘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공감대를 넓혀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왜 저런 행동을 하지?’ ‘어떤 기분 상태지?’ 정답은 없지만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예측하고 축적하면서 답을 찾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공감대를 넓혀가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에게는 두드러지지 않을 뿐 수백, 수천 가지 캐릭터가 있을 텐데 자신에게 잠재돼 있는 작은 캐릭터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때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영화도, 시리즈도 글로벌 1위…어리둥절”
이날 행사장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취재진도 자리해 이병헌의 글로벌 위상을 실감케 했다. 최근 소니픽쳐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넷플릭스 영화를 1위를, 이정재와 함께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 3이 넷플릭스 시리즈 1위를 차지하며 그가 주연한 작품이 모두 글로벌 무대를 휩쓸고 있다.
두 작품의 성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병헌은 “문화와 언어를 넘어서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결국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새삼 K-팝의 대단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K-컬처에 대한 관심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금은 과도기…위기 헤쳐 나갈 것”
그러나 K-드라마, K-팝의 눈부신 성과에도 안타깝게도 한국 영화는 깊은 침체에 빠져 있다. 30년 넘게 연기를 하면서 한국 영화와 함께 성장해 온 이병헌으로는 누구보다 한국 영화의 어려움에 대해 이해했다. 그러면서도 이병헌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서 한국의 영화, 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내고 있듯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그런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의 말에 신철 집행위원장은 “한국 영화가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며 “그때마다 영화인들은 힘을 합쳐서 슬기롭게 헤쳐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병헌은 “앞으로 30년 뒤에 다시 불러 달라”면서 “그때 특별전 때에는 지금보다 더 영광으로 생각하겠다. 그런 날이 꼭 다시 오면 좋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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