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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94%] ‘미지의 서울’ 시처럼 섬세하게 풀어낸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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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서울’의 한 장면. 사진제공=tvN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다. 그 상처를 마주 볼 수 있는 용기, 상처 입은 누군가를 곁에서 지켜봐 주는 지지, 손을 내밀어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북돋는 배려는 ‘혼자’가 아닌 ‘함께’여야 가능한 일이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이 그린 세상은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그 상처 탓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이들에게 ‘괜찮다’고 따스한 손길을 내민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에서 만난 수작이다.

쌍둥이 자매 미지와 미래는 엄마도 몰라볼 정도로 똑닮은 외모를 이용해 서로의 취약점을 채워주면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 몸이 약해 늘 병원 신세를 졌던 미래를 대신해 미지는 체육 시험을 봐주기도 했고, 공부가 싫은 미지를 대신해 미래가 수학 숙제를 해주기도 했다. 남몰래 이뤄진 둘의 일탈은 엄마한테 들켜 잠시 끊기는 듯 했지만, 서른 살이 돼 서울의 공기업에 취직한 미래가 회사에서 겪은 부당한 일들의 피해자가 되면서 다시 시작된다.

미지는 사고를 당해 결근하길 바라는 미래를 보고 깜짝 놀라 회사 생활을 대신하기로 하고, 미래는 고향 집으로 내려가 미지인 척 농사일을 한다. 서로의 삶을 바꿔 사는 자매의 일탈은 시간이 흐를수록 수면 아래 잠자던 거대한 사건을 깨우고, 그에 얽힌 사람들의 상처도 하나둘씩 드러난다. 회를 거듭할수록 미지와 미래, 그리고 자매 옆에 있는 호수(박진영)와 세진(류경수)이 지닌 결핍과 아픔을 보이기 시작하고, 부모 세대가 품은 아물지 않은 상흔도 고개를 든다. 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바꿔 산다는 다소 과장된 설정으로 시작한 ‘미지의 서울’은 알고 보니 만만치 않은 무게감을 지닌 드라마다 .

배우 박보영은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와 미래 쌍둥이 자매를 연기했다. 사진제공=tvN

과거 미지는 유일한 희망인 육상을 더는 못하게 되자 좌절해 2년 넘도록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 품었던 희망이 무너지고 앞이 캄캄해 무언가 해볼 의지가 전부 사라진 상태로 암흑 같은 시간을 보내던 그를 꺼내 준 사람은 ‘무서우면 숨어도 된다’고 말해준 할머니. 갑자기 쓰러진 할머니를 보고 놀라 도움을 청하려 하지만, 깊은 은둔의 생활을 보낸 미지에게 현관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은 단절된 세상을 다시 연결하는 것만큼 힘겨웠다. 

미래 역시 행정고시에 번번이 낙방했다는 열패감을 갖고 입사한 공기업에서 부당한 집단 따돌림과 성추행 피해자가 됐다. 분명 잘못은 상대방이 했는데 자꾸만 그 탓을 자신에게 돌리는 미래는 미지와 삶을 바꿔 살기로 하고 내려간 고향에서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드라마는 이제 서른 살인 미지와 미래를 통해 삶은 결코 만만치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 만만치 않은 삶을 지켜내는 힘은 자신을 향해 있는 혐오와 불신의 시선을 걷어내고 스스로를 믿을 때에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다. 미지의 곁에는 첫사랑인 호수(박진영)가 있고 미래의 옆에는 딸기 농장주 세진(류경수)이 있다.

호수와 세진의 삶도 녹록지 않다. 교통사고로 부친을 잃고 장애를 얻은 호수는 약자를 배려하는 엘리트 변호사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어릴 때 입은 상처로 마음의 벽을 쌓고 살아간다. 세진은 유일한 가족인 할아버지의 바람처럼 살지 못하고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늘 ‘집 떠난 기분’에 괴로워한다. 호수의 엄마 분홍(김선영), 그의 고교 동창이자 미지와 미래 자매의 엄마인 옥희(장영남)도 마찬가지. 언니들에 비해 뒤쳐진다고 핀잔을 받으면서 외롭게 자란 분홍, 엄마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여기는 옥희도 가슴에 품은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어쩌면 사소해 보이는 일들을 계기로,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되고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그 치유의 힘, 용기의 연대는 ‘미지의 서울’ 속 다양한 인물들을 서로 거미줄처럼 연결한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얼마나 촘촘하고 완벽하게 설계돼 있는지 후반부로 갈수록 작품의 진가가 드러난다. 

‘미지의 서울’을 빛나게 만든 김선영(위)과 장영남. 호수의 엄마 분홍, 미지 자매의 엄마 옥희 역을 맡아 자녀 세대와 또 다른 부모들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제공=tvN

● 박보영과 박진영, 빛나는 배우들 

‘미지의 서울’은 미지와 미래 자매를 연기한 박보영의 1인2역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배우들의 1인2역 도전은 ‘흔하게’ 벌어지지만 박보영은 차원이 달랐다. 머리카락의 길이로 두 인물의 차이를 보여주는 외형적인 장치를 뒀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박보영은 밝고 유쾌한 성격으로 ‘캔디’라고 불리는 미지일 때, 내면을 잘 보이지 않는 미래일 때, 미묘하지만 명확하게 다른 두 인물을 정교하게 오가면서 단 한 번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연기력을 과시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부터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거쳐 이번 ‘미지의 서울’까지, 박보영의 진가가 연이어 빛을 발한다. 필모그래피를 이야기할 때 대표작으로 두고두고 남을 것 같다.

박진영도 ‘발견’이다. 미지와 미래만큼 호수는 여러 아픔을 겪고 상처를 품은 인물이다. 잘 자라 변호사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피가 섞이지 않은 엄마와 마음의 벽을 쌓고 그 벽은 또 하나의 상처로 남았다. 단단한 그 마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미지. 둘은 서로에게 첫사랑 그 이상의 존재가 되어 준다.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같이 바라봐주고, 그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따스한 마음의 처방전도 내려주는 유일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미지와 호수의 사랑, 그 사랑을 표현한 박보영과 박진영의 호흡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미지와 호수라는 인물을 이들이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장면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배우가 자신의 역할에 얼마나 깊게 몰두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지의 서울’은 의미를 갖는다. 

‘미지의 서울’을 통해 연기력을 증명한 박진영. 사진제공=tvN

● 시 같은 대사들…이강 작가의 저력 

‘미지의 서울’은 시처럼 응축적으로 풀어내는 대사로도 매회 눈길을 끌었다. 온갖 도파민으로 점철된 최근 드라마들의 분위기와 다른, ‘우직한 선택’이다. 미지와 미래의 대사들은 직선이 아닌 곡선처럼 에둘러 상황을 묘사하거나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어지면서 마니아 팬들을 양산했다.  

곱씹을수록 더 깊은 맛을 내는 이강 작가 대사의 하이라이트는 극중 죽은 친구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인물 상월(원미경)에 얽힌 사연이 드러난 장면이다. 미지, 호수와 인연을 맺은 노포 식당의 주인 상월은 본래 정체를 숨기고 유명 시인인 김로사의 이름으로 살면서 위기를 맞는다. 미스터리처럼 궁금증을 자극한 상월의 사연은 오래전 암투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난 로사가 남긴 한 장의 유서를 계기로 새 국면에 접어든다.

이강 작가는 구구절절 사연을 설명하거나 극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대신, 생전 로사가 쓴 유서를 내레이션으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시 같은 드라마’의 정수를 보여준다. 

“인생은 시와 닮아서 멀리서 볼 땐 불가해한 암호 같지만 이해해 보리란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비로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되지요. 나와 상월이는 한 단어로 담아보려 평생 애썼지만 모두 어딘가 넘치거나 모자라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중략) 밖이 모질게 추워 잠시 제 주머니에 맡아뒀지만 제 이름으로 된 모든 건 온전히 상월이 거예요. 부디 이 외롭고 다정한 아이를 시를 잃는 마음으로 바라봐 주세요.” (극 중 로사의 유서) 

‘미지의 서울’은 때마다 다시 보고 싶어질 드라마다. 그뿐만 아니라 박보영과 박진영의 다음, 그리고 이강 작가의 다음을 기다려지게 하는 드라마다.  

원미경이 연기한 현상월은 일생의 친구인 김로사의 이름으로 살아오다가 위기를 맞는다. 인생을 바꿔 사는 미지, 미래 자매와 겹치는 삶의 모습으로 극에 긴장과 감동을 더했다. 사진제공=tvN

연출: 박신우 / 극본: 이강 / 출연: 박보영, 박진영, 류경수, 원미경, 김선영, 장영남 외 / 장르: 드라마 로맨스 / 공개일: 5월24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시청가 / 에피소드: 12부작 / 채널: tvN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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