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작의 향취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향취는 더욱 짙어진다. 영화라고 다르지 않다. 수십여년 뒤에 다시 들여다봐도 재미는 물론 감흥과 함께 진한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을 새롭게 만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이젠 애니메이션 영화의 ‘고전’으로도 통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충격적 반전과 결말로 가슴 무거운 먹먹함을 안기는 영화 ‘그을린 사랑’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2000년 이후 25년 만에, ‘그을린 사랑’은 2011년 처음 개봉한 뒤 14년 만에 각각 다시 관객을 만난다. 모두 영상 기술력의 변화와 발전에 힘입어 새롭게 옷을 갈아 입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명작으로, 현재 지브리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한 동인이 되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20년 전 세로 자막으로 봐야 했던 영화는 이제 한 줄 최대 8자에서 12자의 가로 자막으로 다시 보며 더 세밀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영화는 대전쟁으로 처절하게 황폐화해 죽음의 행성이 된 지구에서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소녀 나우시카의 운명을 건 사투를 그렸다. 자연을 바라보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철학적 서사는 기휘위기에 처한 세상을 향한 강렬한 메시지를 여전히 뿜어낸다.
영화음악의 거장 히사이시 조의 OST도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영화 ‘그을린 사랑’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컨택트’ 등으로 강렬한 서사와 묵직한 주제의식을 드러내온 드니 빌뇌브 감독의 초기 명작으로 꼽힌다. 화질을 더욱 선명하게 하는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했다.
쌍둥이 남매인 잔느(멜리사 데소르모 풀랭)와 시몽(막심 고데트)은 세상을 떠난 어머니 나왈(루브타 아자발)가 남긴 두 통의 편지를 받는다. 나왈은 이를 또 다른 가족에게도 전해달라고 한다. 남매가 각기 이들을 찾아나서면서 어머니의 삶에 얽힌 거대한 비극적 진실이 드러난다.
영화는 기독교와 무슬림의 대립과 갈등이 빚어내는 전쟁과 폭력, 어머니와 자녀 세대가 겪어야 하는 또 다른 참상을 담아냈다. 그 속에서 철저히 폭력에 스러져간 어머니는 자신이 감내하려는 고통스러운 현실마저 사랑의 힘으로 넘어서려 한다. 결말로 향해 가면서 그 실체를 또렷하게 그래서 더욱 충격적으로 드러나는 진실은 극장을 떠나고서도 한참을 가슴 먹먹하고도 고통스러운 여운을 남긴다.
2011년 미국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극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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