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랜만에 어울리는 거, 잘하는 거 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무겁고 거친 느낌의 액션을 좋아해요. 몸이 부딪히면서 나오는 에너지가 심장을 뛰게 하는 거 같거든요.”
배우 소지섭이 돌아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광장'(극본 유기성·연출 최성은)을 통해 영화 ‘회사원’ 개봉 이후 13년 만에 진한 누아르 액션으로 짙은 눈빛 속 쓸쓸함과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다.
‘광장’ 공개를 기념해 12일 맥스무비와 만난 소지섭은 “누아르 장르를 좋아하는데, 이 장르의 시나리오가 굉장히 귀하다”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액션은 계속해서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보였다.
지난 6일 공개된 ‘광장’은 어떠한 사건으로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끊고 자취를 감췄던 남기준(소지섭)이 동생 남기석(이준혁)의 석연치 않은 사망 소식을 접한 뒤 다시 광장의 세계로 돌아오고, 그 배후를 파헤치면서 자비 없는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소지섭은 일찌감치 남기준 가상 캐스팅 1순위로 거론됐다.
“나중에 제가 원작 팬들이 꼽은 캐스팅 우선순위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작품의 대본을 먼저 보고 웹툰을 봤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감독님도 저에게 가장 먼저 출연 제안을 해주신 걸로 알고 있는데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마음이 컸죠. 사실 인기가 많다는 건 알았지만 작품 공개 후 웹툰을 사랑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어요. 그걸 이제야 체감하고 있네요.”
소지섭을 놀라게 한 배경에는 작품 공개 이후 원작의 팬덤에서 나온 여러 반응들 때문이다. ‘광장’은 시리즈로 만들어지면서 주요 설정과 전개가 각색돼 원작 팬들 사이에서 ‘사실상 다른 작품’이라는 부정적인 집중됐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시리즈 ‘광장’은 직진하는 에너지의 작품이기 때문에 원작과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은 이번이 3~4번째인 것 같은데, 늘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어떤 원작의 판권을 사와 제작비를 들여서 만드는 건 그 원작을 훼손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원작이 좋기 때문에 그보다 뛰어난 작품을 만들려고 모두가 노력해요. 작품이 완성됐을 때, 그 결과물에 대한 호불호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거 같아요.”

●’K 존 윅’ 반응? “촬영 때 예상 못했던 평가”
긍정적인 반응도 존재한다. 이해하기 쉬운 줄거리에 무자비한 액션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K 존 윅’의 탄생했다는 반응도 엿보인다. 직선적인 서사와 냉철하고 스타일리시한 분위기로 누아르 감성을 잘 살렸다는 호응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공개 3일간 490만 시청수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2위, 한국 ‘톱10’ 시리즈 1위에 올랐다.
“한국판 ‘존 윅’은 촬영할 때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라고 반응한 소지섭은 “‘존 윅’이 ‘광장’과 비교된다는 거 자체가 감사할 뿐이다. 놀라기도 했지만, 모든 반응들이 재미있다”고 했다.
소지섭은 타협도, 후회도, 감정적 동요도 없이 오직 목표만을 향해 나아가는 기준의 움직임을 묵직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그린다. 한쪽 다리를 절뚝이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 기준의 액션은 투박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과정에서 야구 배트를 비롯해 칼, 총, 맨몸 액션 등 다양한 방식의 격투가 PC방, 좁은 복도, 자동차 내부 등 폐쇄적이고 일상적인 공간에서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시리즈 통틀어 100여명의 인물과 몸싸움 액션을 선보였던 소지섭은 촬영하면서 무술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액션 디자인을 다각도로 논의했다.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제약이 있기도 하지만 기준은 직진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멈출 수는 있지만 뒤로 물러나지는 말자고 했고, 이를 액션에도 녹이려고 했죠. 기준이 응징하거나 처벌하기 때문에 가볍게 보이면 안 돼서 상대방에게 리액션을 크게 받거나 더 아프게 보였으면 좋겠다고도 주문했어요. 아마 (상대 배우들이)저를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하!”
기준이 압도적인 힘으로 상황을 제압해 나가는 모습은 분명한 통쾌함을 안기지만 때로는 현실감은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이에 대해 소지섭은 “가면 갈수록 센 상대가 나오고, 일대 다수의 싸움도 많다. 이를 위해서 과할 수도 있지만 보는 사람이 기겁할 수 있는 느낌을 주는 것도 필요했기 때문에 조금 더 파워풀하게 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기준의 서사가 없으니까 누군가를 해치울 때 응징이든 씁쓸함이든 어떤 감정을 가져갈지 수위 조절을 하려고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모든 액션이 다 ‘남기준의 챌린지’가 될 수도 있었거든요. 가면 갈수록 기준이 불쌍하기도 하고 처절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고 그렇게 비치려고 노력도 했죠.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었어요.”

●아내 조은정 반응 묻자..”조심스러워”
‘광장’ 공개와 맞물려 최근 그가 주연한 KBS 2TV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년)가 tvN ‘뿅뿅 지구오락실 시즌3’에서 언급된 후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역주행하며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방영 당시 ‘미사폐인’이라 불릴 만큼 열혈 시청자들이 대거 생겼던 작품으로, 20년이 지난 상황에서 새롭게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소지섭은 “기분이 좋다”면서 “개인적으로 요즘 친구들이 이 드라마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기는 했다”고 이야기했다.
“주변에서 정말 많이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저로서는 재밌고, 신기하고 ‘그때 감성들이 진짜 와 닿을까?’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명대사를 해달라고 하면 부담스러웠는데 요즘엔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에 누가 시키면 하기도 해요.(웃음)”
결혼 생활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2020년 아나운서 출신 조은정과 결혼한 소지섭은 “아내가 ‘광장’을 재밌게 보기도 했지만 제가 고생한 걸 먼저 본 것 같다. ‘힘들었겠다’고 하더라”면서 “아내가 비연예인의 삶을 살고 있어서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고백했다. 그는 결혼 후 “안정감이 생겼고, 민망하지만 행복하다”며 말을 줄였다.
1995년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내디딘 소지섭은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지금도 성격과 맞지 않는 ‘연기를 왜 하고 있지?’라는 고민을 한다”던 그는 “가면 갈수록 어렵지만 연기를 할 때만의 무언가가 있다. 만족도가 높다. 쉽지 않지만 계속하고 싶다. 나중에는 자기 색깔이 분명한 배우로 남고 싶다”고 희망했다.
소지섭은 ‘광장’ 촬영 후 스태프들에게 금 한 돈씩을 선물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기운이 뻗어나간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더 노력해야겠지만 좋은 사람이 연기하는 것을 봤을 때 보는 사람들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차기작은 고민 중이다. 그는 “‘광장’처럼 액션을 더 해보고 싶기도 하고, 멜로도 하고 싶다”면서 “다양한 장르로 여러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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