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 하이스쿨 히어로즈’와 ‘굿보이’는 제게 정말 큰 도전이었어요. 극중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 저에겐 낯설었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지 않아서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좀 더 빨리 도전해 볼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해맑은 미소로 하늘을 날았던 소년 봉석이가 어두운 폭력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배우 이정하가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원(ONE): 하이스쿨 히어로즈'(극본 김영은·연출 이성태)에서 천부적인 싸움 실력을 지닌 김의겸 역을 맡아 감춰져 있던 본능이 폭발하는 순간의 반전 매력을 보여줬다. 또 현재 방송 중인 JTBC 토일드라마 ‘굿보이'(극본 이대일·연출 심나연)에서는 상처 입은 복싱 유망주 이경일 역으로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11일 맥스무비와 만난 이정하는 “어두운 캐릭터를 연속해서 보여주게 됐는데 ‘새로운 이정하를 보는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뿌듯하다”면서 “앞으로도 밝음과 어두운 면모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 “무해한 봉석→어두운 의겸, 극과극 인물”
‘원: 하이스쿨 히어로즈’는 이정하가 ‘무빙’ 촬영을 마치고 한 달 뒤인 2022년 8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촬영한 작품이다. 당시 이정하는 비행 능력을 숨긴 채 살아가는 고등학교 3학년생 김봉석 역을 위해 몸무게를 98kg까지 증량한 상태였다. 이정하는 “한 달 동안 열심히 살을 빼서 85kg으로 시작했고, 진행하면서 5kg 정도 더 감량했다”면서 “원작 웹툰을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감독님에게 그걸 어필했던 기억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2019년부터 연재된 인기웹툰 ‘원’을 원작으로 하는 ‘원: 하이스쿨 히어로즈’는 아버지의 억압에 시달리던 전교 1등 김의겸(이정하)과 그의 싸움 재능을 이용하려는 강윤기(김도완)가 복면을 쓴 ‘하이스쿨 히어로즈’를 결성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온순한 성격의 모범생인 줄 알았던 의겸은 억눌려 있던 분노를 폭발시키면서 싸움에 눈을 뜨고 학교의 일진들을 하나씩 제압해나간다. 이정하는 “처음 경험해 보는 캐릭터라서 끌렸다”며 “봉석이가 무해한 친구라면 의겸은 어둡고 답답한 캐릭터인데, (두 인물이)극과 극이라서 더 끌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무빙’에서는 와이어를 타고 액션을 했어요. 줄 때문에 행동을 크게 하고 싶은데 제약이 많았어요. 땅에서는 더 편하고 시원하게 액션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죠. 액션스쿨을 집처럼 왔다 갔다 했는데 정말 재밌게 훈련했습니다. 큰 액션을 하기 전에는 긴장을 많이 하는데 막상 해내면 우리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컸어요.”

공부에 전념하던 의겸은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이라는 현실에 휘말리며 점차 변화한다. 억눌렸던 감정은 싸움이라는 방식으로 표출되고 그렇게 학교를 장악한 일진들을 하나씩 제압해 나가며 폭력의 본능에 눈을 뜨는 10대 소년의 복합적인 내면도 드러낸다.
다만 폭력의 감정을 정면으로 다루는 캐릭터인 만큼 이정하는 ‘신중함’과 ‘균형’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고, 또 민감한 부분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의겸이라는 인물을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촬영하면서 이성태 감독님과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웹툰도 그렇고 대본도 그렇고 저는 자연스럽게 의겸의 감정에 빠져들었거든요. 감독님이 ‘여기에 네 아픔과 눈빛을 살려서 넣어보자’고 제안하셨죠. 그 과정에서 제 경험들을 많이 이야기했고, 감독님의 경험도 들으면서 점점 의겸이 되어갔던 것 같아요.”
● 아직도 ‘무빙’ 봉석이? “감사하지만..”
이정하는 여전히 ‘봉석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2017년 웹드라마 ‘심쿵주의’로 데뷔한 그는 MBC ‘신입사관 구해령’ JTBC ‘런 온’ ‘알고 있지만,’ 등을 거치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리고 ‘무빙’으로 단숨에 라이징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정하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초능력 고등학생 김봉석을 사랑스럽게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무빙’이 많은 사랑을 받은 덕분에 아직도 봉석이라고 불리는 건 감사한 일”이라고 말하는 이정하는 “새로운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렇게 불리기 위해서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이정하는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무빙’ 공개 이후 2년 사이 영화 ‘빅토리’와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를 선보였고 tvN ‘감사합니다’와 ‘원: 하이스쿨 히어로즈’ ‘굿보이’에 연이어 출연했다. tvN 예능 ‘아파트404’와 MBC ‘쇼! 음악중심’ MC로도 활약하며 다양한 영역에서 존재감을 확정해 나갔다. 이달부터 쿠팡플레이·지니TV 새 드라마 ‘UDT: 우리 동네 특공대’ 촬영에도 나선다. 윤계상, 진선규 등과 호흡한다.
이정하는 자신이 끊임없이 움직을 수 있는 원동력으로 “욕심”을 꼽았다.
“요즘엔 정말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박수 치면서 보기도 하고 감탄하면서 빠져들기도 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도 멋있게 연기해서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나눠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 욕심이 저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 같고, 그래서 더 노력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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