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반열에 오른 감독들의 시작점이자 전환점을 보여주는 두 편의 영화를 만날 시간이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초기 대표작인 ‘그을린 사랑’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의 계기를 마련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오는 6월25일, 같은 날 나란히 개봉해 관객들을 찾는다.
‘그을린 사랑’은 어머니가 남긴 두 통의 편지를 단서 삼아 중동으로 떠난 쌍둥이 남매가 가족의 충격적인 비밀과 진실을 마주하는 여정을 그리는 캐나다 작품이다.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비극 속에서도 사랑과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며 강렬한 여운을 남긴 명작이다.
특히 ‘그을린 사랑’은 지금의 드니 빌뇌브를 있게 한 작품으로 꼽힌다. 레바논 출신 캐나다 극작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희곡 ‘화염’이 원작이다. 감독은 영화화를 위해 희곡의 판권을 산 뒤 직접 각색하고 연출했다.
2010년 개봉한 ‘그을린 사랑’은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고, 2010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캐나다영화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2011년 7월, 14개관에서 소규모 규모로 개봉했지만 입소문을 타며 7만2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같은 성공에 힘입어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후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 등 블록버스터의 연출자로 도약했고 현재 ‘듄’ 시리즈를 통해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재개봉하는 ‘그을린 사랑’은 4K 화질로 리마스터링된 버전이 상영될 예정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인류 문명을 파괴한 ‘불의 7일’ 이후 황폐해진 지구에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꿈꾸는 신비한 소녀 나우시카가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맞서는 내용을 그린다. 독성의 숲과 곤충, 군사 갈등이 얽힌 세계관 안에서 환경과 생명의 균형을 모색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직접 연재한 동명의 만화를 바탕으로 그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첫 오리지널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1984년 일본에서 개봉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성공을 거뒀고, 이를 계기로 그를 대표하는 제작사인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하게 된다.
이후 미야자키 감독은 스튜디오 지브리를 통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리고 최근작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왔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미야자키 감독의 초창기 미학은 물론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한 그의 세계관이 집대성된 작품으로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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