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 끝나자 그동안 말할 수 없었던 흥미로운 캐스팅 비화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특히 배우 정준원이 연기해 큰 사랑을 받은 구도원 역에 강유석이 오디션을 봤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최종 캐스팅에서는 정준원이 구도원 역에 발탁됐고 강유석이 엄재일을 연기하게 됐지만 초반부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배우들의 발탁 과정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18일 막을 내린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극본 김송희·연출 이민수)은 tvN의 인기 시리즈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 드라마다. 종로율제병원 산부인과를 배경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듬직한 의사로 거듭나는 레지던트 1년차 오이영(고윤정) 표남경(신시아) 엄재일(강유석) 김사비(한예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들의 우정과 성장의 중심에는 4년차 전공의 구도원(정준원)이 있었다. 구도원은 신입 전공의들의 든든한 선배이자 구심점으로, 다정하고 어른스러운 매력은 물론 가끔 허술한 인간미로 ‘좋은 선배’의 표본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런 가운데 드라마에서 아이돌 그룹 하이보이즈 출신의 전공의 엄재일을 연기한 강유석이 구도원 역을 맡을 가능성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강유석은 드라마 종영 후 진행된 여러 인터뷰에서 “구도원 역할로 첫 오디션을 봤는데 신원호 감독님이 두 번째 오디션부터는 구도원 대신 엄재일을 읽어보라고 했다”면서 “엄재일 연기를 더 좋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를 연출하고 이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의 기획총괄을 맡은 신원호 PD는 배우와 캐릭터가 실제로 얼마나 닮아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 연출자로 알려졌다.
강유석은 내심 ‘대사도 멋있고 위기의 순간에 다독여주는 인물’인 구도원을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도 품었지만, 그 역할은 정준원이 했기에 사랑받았다고 생각한다. 실제 성향은 구도원보다 엄재일에 더 가깝다고도 밝혔다. 극중 엄재일은 의사 국가고시를 재수한 인물로, 두뇌가 비상하지 않지만 열정과 성실함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인물이다. 강유석은 엄재일처럼 자신도 밝고 친화력이 강한 활발한 성격이라고 강조하면서 “재일이는 저의 특징이 더 강조된 모습”이라고 했다.

● 정준원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연기 추구”
물론 구도원을 연기한 정준원의 오디션 과정도 녹록 않았다. 정준원은 2019년 진행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의 오디션을 본 이력이 있다. 당시 캐스팅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신원호 PD는 “보석함에 넣어둔 배우”라고 정준원을 지칭하면서 그때부터 눈여겨봐왔다고 밝혔다.
정준원은 드라마 종영 후 맥스무비와 인터뷰에서 “신원호 감독님이 어느 날 미팅을 하자고 연락을 줬다. 아마도 그 사이에(첫 오디션 이후) 제 출연작들을 봤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첫 번째 오디션은 강유석처럼 특정 캐릭터를 정해 두고 진행하지 않았다. “서너번에 걸쳐 오디션을 봤고 가볍게 대본 리딩도 했다”고 돌이킨 정준원은 “신원호 감독님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했다”고 돌이켰다.
오디션을 거듭하면서도 정준원은 정작 자신이 구도원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디션 대본에서도 구도원은 멋있었다. 그런 역할을 맡아본 적 없고, 이렇게 중요하고 멋진 인물을 저에게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예상은 빗나갔다. 정준원은 “신 감독님이 (저와 구도원 사이의)교집합을 본 것 같다. 추측해 보자면 저라는 사람 자체가 가지고 있는 편안한 모습을 좋게 본게 아닐까 한다“고 예상했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는 정준원은 극 중 ‘호구’라고도 불리는 구도원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구도원은 병원 내 교수들 사이에서는 ‘구반장’ 후배들에게는 ‘구신’으로 불리며 문제가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 해결하고 사라지는 ‘슈퍼맨’ 같은 존재다. 억울한 상황에 놓인 후배의 편에 서는 책임감을 보여주고, 감정보다 이성으로 후배의 잘못을 지적하는 모습도 보인다.
구도원의 매력은 정준원이 평소 중요하게 여기는 연기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정준원은 “제가 추구하는 연기는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라며 구도원을 연기할 당시 “일부러 뭔가를 더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진심을 다해 도원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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