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태리가 애니메이션의 목소리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 스스로 “목소리에 콤플렉스가 컸다”고 털어놓을 만큼 극복하고 싶은 한계를 어떻게 넘어섰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오는 3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하는 ‘이 별에 필요한’이다.
그동안 한국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넷플릭스가 처음 선보이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인 ‘이 별에 필요한'(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은 2050년 서울을 배경으로 화성 탐사를 꿈꾸는 우주인 난영과 뮤지션 제이가 만나 꿈을 나누고 사랑을 키우는 영화다. 김태리와 홍경이 두 주인공의 목소리 연기뿐 아니라 작화 과정에서 직접 실사 연기를 촬영하고 이를 토대로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제작해 주목받는 작품이다.
27일 시사회를 열고 영화를 공개한 김태리는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에 처음 도전한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콤플렉스부터 밝혔다. 사실상 데뷔작인 영화 ‘아가씨’와 첫 드라마 출연인 ‘미스터 션사인’을 거치면서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가 컸다고 고백한 그는 “목소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 제안이 “꿈같았지만 걱정이 더 앞선” 이유이기도 했다.
망설이던 김태리가 마음을 바꾼 건 한지원 감독으로부터 이번 작품의 작업 계획을 듣고 나서다. 한 감독은 “이야기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난영과 제이 두 사람의 성격이 있는데 두 배우의 목소리뿐 아니라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두 캐릭터와 비슷했다”며 “비슷한 걸 넘어 영향을 받고 싶은 부분까지 배우들이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김태리에 대해서는 “난영이라는 인물에 김태리가 지닌 통통 튀는 성향을 반영하고도 싶었다”고 강조했다.
캐릭터 탄생에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김태리는 ‘이 별에 필요한’ 출연을 결심했다. “감독님의 말에 설득이 됐고, 함께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게 들었다”는 그는 “영화에서 난영이 여러 상황에 놓이는 감정을 목소리만으로 표현해야 했다”며 “실사 영화의 연기에서는 나오지 않을 호흡이었다”고 색다른 경험에 의미를 뒀다.

김태리가 그리는 난영은 엄마에 이어 화상 탐사 우주인에 도전하는 인물이다. 화상 탐사 프로젝트에 지원하지만 탈락한 난영은 엄마가 남긴 턴테이블을 수리하려고 제이가 운영하는 수리점을 찾는다. 기타리스트인 제이는 뮤지션의 꿈을 접은 상태. 둘은 음악과 꿈을 이야기하면서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
김태리와 홍경은 실사 촬영도 소화하면서 난영과 제이 캐릭터의 움직임부터 미세한 표정 등을 함께 만들었다. 이후 목소리 연기를 통해 각 인물을 완성했다. 특히 목소리로 사랑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는 두 배우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태리는 “로맨스 장면은 실제로 연기했다면 덜 부끄러웠을 것 같은데 녹음 부스에서는 상대의 숨결 하나까지 다 느껴지니 굉장히 부끄러웠다”고 했다. 녹음 당시 홍경과 눈이 마주치면 어색해 웃음이 터지기 일쑤였다.
김태리와 홍경은 2023년 방송한 SBS 드라마 ‘악귀’에서 호흡을 맞췄다. 같은 소속사에 몸담은 절친한 동료 사이이기도 하다. 이번 ‘이 별에 필요한’으로 재회한 두 배우는 목소리 연기를 위한 녹음 부스에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을 표현했다. 홍경은 “부스에서 내 목소리를 들으면 가끔 힘들고 외로울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서로 길잡이가 돼줬다”고 돌이켰다.

김태리와 홍경은 이번 작품에 수록된 노래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을 함께 불렀다. 가사도 같이 썼다. 난영과 제이가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노랫말이다. 특히 홍경은 제이가 뮤지션이라는 설정에 맞춰 솔로곡 ‘봉 보야주'(Bon voyage)도 따로 불렀다.
홍경은 “상대에게 할만한 이야기를 숙제처럼 주고받아 가사를 썼는데 처음엔 부끄럽고 걱정되기도 했고”고 돌이켰고, 김태리는 “제 목소리가 OST로 공개되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리며 “도전 욕구가 생겼다”고 만족해했다.
‘이 별에 필요한’의 한지원 감독은 단편 ‘코피루왁’을 시작으로 ‘마법이 돌아오는 날의 바다’ 등을 통해 주목받은 애니메이션 연출자다. 그동안 선댄스영화제와 팜스프링스국제영화제 등에 작품이 초청되는 성과를 거뒀고, 지난 2023년 개봉한 ‘그 여름’에서는 두 소녀의 풋풋한 사랑의 이야기를 그려 주목받았다.
한지원 감독은 직접 각본을 쓴 이번 작품에 대해 “지구라는 별과 화성이라는 별 멀리 떨어진 두 연인의 사랑을 다루는 동시에 사랑을 시작하자마자 이별해야 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하면서 “이별이 헤어짐만 상징하는 게 아니라, 내면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사랑을 통해 이별한다는 중의적인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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