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모의고사에서 수학의 킬러 문항 1개만 틀린 나백진은 10대들의 피 튀기는 전쟁터의 한 복판에서도 틀린 문제를 펼쳐 두고 고민한다. 전교 1등인 그는 일대 고등학교의 폭력 서클을 연합한 이른바 ‘일진 연합’의 리더이기도 하다. 잔혹한 모습이 드러나는 날카로운 눈매로 주변인들을 얼어붙게 만드는 카리스마도 지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클래스2′(극본 박현우 유수민·연출 유수민)가 주인공 연시은 역의 박지훈을 중심으로 려운과 최민영 이민재 등 새로운 주역을 내세운 가운데 이들과 맞붙는 빌런 무리의 우두머리 나백진 역의 배나라가 주목받고 있다.
대중에게 아직 얼굴이 낯선 신인이지만, 눈썰미 좋은 시청자들은 그의 존재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2023년 공개한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에서 성소수자이자 탈영병 장성민 상병을 연기해 시선을 사로잡은 바로 그 배우다.
배나라는 ‘약한영웅 클래스2’에서 연시은과 그 친구들이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잔인한 폭력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겉으론 공부 잘하는 우등생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폭력 조직을 만들려는 야심을 품은 10대다. 배나라가 풍기는 섬뜩한 분위기는 이번 시즌2 전체의 긴장감을 책임진다. 동시에 싸움만큼은 막고 싶어 폭력에 맞서는 시즌2의 또 다른 주인공 박후민(려운)과 비밀스러운 관계로 얽혀 있기도 하다.
● 아픔 지닌 드래그 퀸 소화…한준희 감독과 잇단 호흡
배나라는 뮤지컬로 데뷔해 꾸준히 무대에 서 온 배우다. ‘프라미스’를 시작으로 ‘잭 더 리퍼’ ‘레베카’ ‘그리스’ ‘킹키부츠’ 등 뮤지컬에서 활약했고 지난 2020년 ‘팬덤싱어’ 시즌3에 출연해 탁월한 가창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대에서 벗어나 연기자로 주목받은 첫 기회는 ‘D.P.’ 시즌2. 당시 드라마 출연은 처음이던 배나라는 성소수자로 복무하다가 탈영해 드래그 퀸으로 무대에 오르는 인물을 소화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비밀 클럽에서 쏟아내는 절절한 노래와 화려한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뮤지컬이 아닌 드라마 참여는 처음이었지만 이미 ‘킹키부츠’ 등 작품에서 쌓은 실력을 발판 삼아 ‘D.P.’ 시즌2에 아낌없이 쏟아냈다. 덕분에 새로운 얼굴이 대거 등장한 드라마에서 단연 돋보였다.
그 활약은 이번 ‘약한영웅 클래스2’ 출연도 가능케 했다.
한준희 감독은 ‘D.P.’ 시리즈의 연출자로 배나라를 발굴했고, 총괄 기획을 맡은 이번 ‘약한영웅 클래스2’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나백진을 그에게 맡기면서 신뢰를 보였다. 이에 부응한 배나라는 연출자인 유수민 감독과 기획자인 한 감독을 언급하면서 “배 위의 선장과 조타수가 된 듯, 두 감독님이 제가 항해를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며 “급하지 않게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나백진은 극중 일진 연합의 리더이지만, 한편으로 폭력에 반대하는 박후민과 특별한 관계도 맺고 있다. 이들의 서사는 연시은의 트라우마와 더불어 이번 시즌2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이에 대해 배나라는 “나백진에게 박후민은 온전히 자신을 이해해 주는 단 한명의 친구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배나라의 활약은 ‘약한영웅 클래스2’를 지나 오는 12일 첫 방송하는 ENA 드라마 ‘당신의 맛’(극본 정수윤·연출 박단희)에서 또 한번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 전주를 배경으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셰프와 이를 인수하려는 식품기업 상속자의 성장 로맨스를 그린 이야기로 배나라는 강하늘, 고민시와 호흡을 맞춘다. 극중 강하늘의 형이자 경쟁자로 기업의 경영권을 갖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당신의 맛’ 역시 한준희 감독이 기획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이들의 계속되는 호흡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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