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작가가 집필해 지난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한 ‘무빙’이 MBC에서 방송한다. 그동안 지상파 채널에서 먼저 방송한 드라마가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품에서 순차 공개된 경우는 많지만 오리지널 시리즈가 공개 1년여 만에 지상파에서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MBC는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밤 10시에 ‘무빙’을 2편씩 방송해 8회까지 공개한다. 이어 내년 1월5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0시에 2편씩 공개하는 방식으로 전체 20부작을 방송한다. 1~8회는 22일부터 25일까지, 9~20회는 1월5일부터 2월9일까지 방송한다.
현재 MBC는 평일 저녁 방송하는 일일드라마와 금요일과 토요일 밤 9시50분에 방송하는 금토드라마 외에 드라마 편성을 따로 하지 않고 았다. 평일 저녁 일일드라마를 평일 아침에 재방송하고 있기도 하다. 드라마 제작비 상승과 광고 수급 등 어려움 속에서 평일 밤 10시대에 12~16부작으로 제작해 방송하던 드라마 편성도 없앤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월 디즈니+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무빙’을 연말부터 새해까지 전격 편성하면서 인기 시리즈를 활용한 광고 및 시청률 효과를 노리는 전략을 택했다. 그동안 MBC는 일요일 밤 10시대에 강연 프로그램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과 ‘심야 괴담회’를 방송해 왔다. 이들 프로그램은 각각 2%, 1%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 글로벌 OTT 시리즈의 지상파 채널 편성 계속될까
‘무빙’은 강풀 작가의 동명 원작을 드라마로 옮긴 작품이다. 초능력을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식을 지키기 위해 위험에 맞서는 이야기다. 부모로부터 초능력을 물려받은 자녀들의 애틋한 사연이 어우러지면서 가족애를 녹인 한국형 히어로물로 인기를 얻었다. 배우 류승룡과 조인성 한효주 차태현 김성균을 비롯해 신예 이정하와 고윤정 등의 활약이 돋보인 작품이다. 지난 2023년 기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가운데 북미를 제외하고 로컬 시리즈 가운데 가장 많은 시청 시간을 확보한 성공작이다.
글로벌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지상파에서 순차 공개되는 방식은 ‘무빙’이 처음이다. 그동안 디즈니+는 물론 넷플릭스 역시 오리지널 시리즈를 국내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한 경우는 없다. 다만 국내 OTT 플랫폼인 티빙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모회사인 CJ의 계열인 케이블채널 tvN을 통해 시간차를 두고 공개해왔다. 하지만 이번 디즈니+와 MBC가 시도하는 협업은 티빙·tvN 모델과는 차이가 뚜렷하다.
이와 관련해 MBC 콘텐츠전략팀은 “K컬처를 선도하는 작품을 선별해 MBC를 통해 다양한 시청자층이 무료로 볼 수 있는 시청권을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편으론 지상파 채널이 드라마 자체 제작의 역량을 점차 줄이면서 글로벌 OTT 오리지널 시리즈를 공개하는 플랫폼 역할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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