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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89%] ‘이친자’가 던진 ‘의심’이라는 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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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바라보며 드디어 마주 앉아 밥을 먹기 시작한 장태수(한석규)와 장하빈(채원빈)의 모습. 사진제공=MBC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자신의 잣대로 상대방을 판단하면서 쌓아 올린 파국을 그린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서 프로파일러 구대홍(노재원)이 동료인 이어진(한예리)에게 한 말은 이 작품의 주제를 관통한다.

지난 15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극본 한아영·연출 송연화)는 최고의 프로파일러인 장태수(한석규)가 자신이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딸 하빈(채원빈)이 얽힌 사실을 알게 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진실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딸을 살인 용의자로 바라보는 프로파일러 아빠와 두껍게 쌓은 비밀을 완강하게 감춘 딸 사이에 흐르는 심상치 않은 기류를 통해 ‘부녀 스릴러’의 퍼즐을 맞춰나갔다.

드라마에서 태수는 오래전 어린 아들 하준의 추락사 현장에 하빈이 피투성이가 된 채 서 있던 모습을 본 순간부터 딸에 대한 의심의 씨앗을 키웠다. 놀란 기색조차 없는 하빈의 무표정한 모습은 태수의 내면에 불길한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태수의 예사롭지 않은 촉은 “무조건 믿어야지”라면서 딸의 곁을 지킨 엄마 지수(오연수)에게도 전염됐고, 결국 부모는 딸을 믿지 못하고 의심을 키우면서 처절하게 무너지고 황폐해져갔다.

지수는 죄책감에 홀로 괴로워했다. 하지만 태수는 “내 속에 있는 그 의심 확인하는 게 무서워서 도망쳤다”면서 용기를 내 오랜 시간 묻고 싶었던 “네가 정말 하준이 죽였어?”라는 질문을 하빈에게 던졌다. 딸에게 상처 주지 않겠다는 다짐과 딸에게 의혹을 눈초리를 보내는 번뇌를 오갔던 태수는 그제야 딸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됐다. 의심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이 질문인데도, 태수는 딸에게 차마 묻지 못했다. 의심이 또 다른 의심으로 이어진 끝에 결국 태수는 딸에게 물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용서하고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었다.

●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파괴된 가족의 관계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방영 내내 ‘의심’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토록 친밀해도 모자란, 가족 사이에서 피어오른 의심이 불러일으킨 왜곡된 진실과 소통의 부재가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줬다. 경솔한 의심이 품은 위험은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서도 경고됐다. 자신을 범인으로 바라보는 아빠 태수를 향해 “사람은 보이는 걸 믿는 게 아니라 믿는 대로 봐. 아빠는 날 그런 사람으로 믿는 거고“라는 하빈의 말, 존경하던 선배 태수에 대한 실망감에 휩싸인 어진을 향한 “섣부르게 의심하고 판단하기 시작하면 돌이키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대홍의 말이 그렇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가족간의 소통 단절과 의심이 불러 일으킨 비극을 그렸다. 사진제공=MBC

드라마는 살인사건의 진범을 추리하는 장르물의 외피를 띄고 있지만, 가장 친밀한 관계로 여겨지는 가족마저도 신뢰하기 어려운 파괴된 관계에 초점을 맞추며 여타 스릴러 장르와 차별화를 안겼다.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보다 자식을 배반한 대가를 치르는 부모의 모습을 통해 위태로운 가족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1회 5.6%(닐슨코리아·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한 이 작품은 줄곧 5~6%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마지막 방송에서 9.6%의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방송 시간대가 인기리에 방영된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와 일부 겹쳤고, 부모가 자녀를 살인 용의자로 바라보는 어두운 내용과 고집스럽게 유지한 느린 전개 등이 시청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으나 마니아층 사이에서는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2021년 MBC 드라마 극본공모전 당선작인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원래 제목은 ‘거북의 목을 노려라’이다. 당선 후 한아영 작가는 기획 PD 그리고 송연화 PD 등과 함께 1년6개월가량 대본 수정 작업을 거쳐 미스터리 속 부녀의 서사와 살인사건에 얽힌 진실을 촘촘하게 설계했다. 송연화 PD는 대칭 구도와 닫혀 있는 문, 그림자와 여러 오브제 등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감각적이고 디테일한 연출력을 선보였다. 여기에 부녀간의 양보 없는 심리전을 팽팽하게 이어간 베테랑 배우 한석규와 신예 채원빈의 열연이 어우러지며 ‘영화 같은 드라마’라는 호평이 잇따랐다.

한석규는 딸을 향한 의심과 믿음, 아빠와 프로파일러를 오가는 딜레마를 간직한 복잡한 내면을 그렸다. 스케줄표에 수염을 깍지 않은 날을 적으며 태수의 수염 길이까지 치밀하게 계산하면서 연기한 한석규는 딸에 대한 의심을 키울수록 밑바닥으로 내려앉는 절망에 빠진 부모의 모습에 몰입했다. 수차례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채원빈은 서늘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극을 주도하며 한석규를 고뇌에 빠뜨리는 하빈 역할을 탁월하게 소화했다.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18세 소녀와 상대방을 겁에 질리게 만드는 사이코패스의 섬뜩함을 동시에 보여줬다. 

오리지널 극본과 연출자의 섬세하고 집요한 표현, 두 배우의 절묘한 호흡이 만나 오랜만에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탄생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통해 눈도장을 찍은 채원빈. 사진제공=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통해 눈도장을 찍은 채원빈. 사진제공=MBC

감독 : 송연화 / 각본 : 한아영 / 출연: 한석규, 채원빈, 한예리, 노재원, 윤경호, 오연수, 최유화 외 / 장르: 범죄, 스릴러, 형사, 추리, 서스펜스, 미스터리, 가족 / 공개일: 10월11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회차: 10부작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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