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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극장서 뭘 볼까? 로마 냄새 ‘글래디에이터’ VS 부성애 오컬트 ‘사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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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터2’의 주인공 루시우스를 연기한 폴 메스칼의 모습.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로마 제국의 건축, 의상, 생활 양식 등 로마의 냄새가 날 정도로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조사했다”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집요함을 엿볼 수 있다. 24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영화 ‘글래디에이터2’를 통해서다. ‘박수건달’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해 절절한 부성애로 스크린을 수놓는 오컬트 영화 ‘사흘’ 또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글래디에이터2’는 지난 13일, ‘사흘’은 14일 개봉해 나란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글래디에이터2’는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로 콜로세움 결투 등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해 두 눈을 즐겁게 한다. ‘사흘’은 기묘한 미스터리를 안기는 오컬트 장르로, 올해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와 오컬트와 코미디를 흥미진진하게 결합한 ‘핸섬가이즈’를 잇는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래디에이터2’는 2000년 개봉한 ‘글래디에이터’ 이후 24년 만의 속편이다. 전작에 이어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편은 1편의 주인공인 막시무스(러셀 크로)가 죽고 20년이 지난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황제들의 광기로 피폐해진 로마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콜로세움에서 운명을 건 결투를 벌이는 새로운 주인공 루시우스(폴 메스칼)의 여정을 그렸다. 루시우스는 1편에서 루실라(코니 닐슨)의 어린 아들로 나온 인물. 폴 메스칼이 2편에서 성장한 루시우스로 등장한다.

관전 포인트는 단연 거대한 액션 장면이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아카시우스(페드로 파스칼) 장군이 이끄는 수많은 배가 벌이는 해전은 대작의 스케일을 뽐내며 왜 영화관에서 이 작품을 봐야는지 증명한다. 콜로세움 실물 크기의 60% 사이즈로 지은 세트장에 물을 채우고 재현한 ‘살라미스 해전’을 모티브로 한 대규모 해전 또한 볼거리다. 코뿔소, 원숭이, 상어 등 상대해야 하는 맹수의 종류만큼이나 액션은 다채롭고, 잔인하다.

전작의 후광은 ‘글래디에이터2’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가족을 잃고 노예로 전락한 로마의 장군 막시무스의 복수를 그린 ‘글래디에이터’는 고대 로마를 웅장하게 그려낸 이미지와 박진감 넘치는 전투로 24년이 지난 지금도 명작으로 손꼽힌다. 무엇보다 ‘글래디에이터2’는 전편의 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따르며 예측 가능한 전개로 아쉬움을 안긴다는 평도 엿보인다. 러셀 크로가 입체적으로 구현해낸 막시무스의 짙은 그림자가 ‘글래디에이터2’를 따라다닌다. 새로움은 덴젤 워싱턴이 입힌다. 리들리 스콧 감독과 ‘아메리칸 갱스터’ 이후 16년 만에 재회한 덴젤 워싱턴은 극중 강한 권력욕을 지닌 마크리누스를 통해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전편에 대한 짙은 향수를 간직한 관객들은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주로 4050세대 관객들이 영화를 집중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15일 오전 CGV 예매기준 전체 연령별 예매 분포에서 40대가 31.5%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50대가 29.6%로 뒤를 잇고 있다.

승도 역으로 열연한 박신양의 모습. 사진제공=쇼박스

‘사흘'(감독 현문섭)은 딸의 장례를 치르는 사흘 동안 죽은 딸의 심장에서 깨어나려 하는 사악한 존재를 막기 위한 아버지의 사투를 다룬 오컬트 호러 장르의 영화다. 2020년 촬영을 마치고 공개 시기를 조율해오다 4년 만에 관객과 만나고 있다.

박신양은 갑작스럽게 딸을 잃은 아버지 차승도 역을 맡아 죽은 딸에 깃든 악령에 맞서는 구마 사제 반신부 역의 이민기와 호흡을 맞췄다. 반신부는 바티칸에서 구마를 수련한 사제라는 설정이다. 특히 이 작품은 연기하는 박신양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박신양의 가장 최근 작품은 2019년 종영한 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2 : 죄와 벌’이다. 영화는 2013년 개봉한 ‘박수건달’이 마지막이다. 박신양은 그동안 배우보다 화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다.

오컬트 장르는 국내에서 비주류 장르로 여겨져왔다. 그렇지만 오컬트 영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파묘’를 통해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이 장르에 대한 대중의 관심 또한 높아졌다. ‘사흘’은 그 분위기를 이어가는 작품으로 악마가 깃든 몸, 이로 인한 발작 그리고 이에 맞서는 구마 사제 등 불길함과 오싹함을 안기는 오컬트의 전형적이지만 흥미로운 특성을 살리려고 했다. 소름을 유발하는 날카로운 음향도 한몫한다.

여타 오컬트 장르와의 차별점은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다. 다만 아빠 승도가 딸 소미(이레)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오컬트보다 가족애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 과정서 승도는 맹목적인 부성애를 드러내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소미야”라고 울부짖으며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승도의 모습에 관객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내고 있다.

15일 기준 CGV가 실제 관람객의 평가를 토대로 산정하는 골든에그지수에서 ‘사흘’은 68%의 낮은 점수를 기록 중이다. 오컬트와 가족 드라마가 효과적으로 화합했다기보다 부성애 때문에 오컬트가 제 매력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글래디에이터2'(왼쪽)와 '사흘'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
‘글래디에이터2′(왼쪽)와 ‘사흘’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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