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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꿈을 키운 곳” 대한극장, ‘충무로’와 함께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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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 모습.
지난 5월 말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 모습.

#1. ‘滿員謝禮(만원사례)!’라는 큰 활자에 ‘예매권발매 대성황’, ‘단체관람 접수중’이라는 한자로 쓴 다양한 카피가 박혀 있다. 그 아래로 ‘大型(대형) 70미리 映畫(영화)’라고 소개한 작품, ‘벤허’의 신문 광고이다.(1962년 2월14일자 조선일보 4면) 

그보다 10일 전 신문은 ‘벤허’와 ‘아파트의 열쇠를 빌려줍니다’의 흥행 경쟁을 소개하며 ‘벤허’에 대해 “천문학적 숫자의 제작비를 들인 ‘맘모스’ 영화로 입장료도 한국 초유의 비싼 값을 받고 있는데 3, 4개월은 속영하겠다는 것이다”고 썼다.  영화는 당시 일반 35mm 필름 규격으로 제작되는 작품보다 고화질의 스펙터클을 자랑한 70mm 대작으로, 관련 상영 설비를 유일하게 갖춘 서울의 한 극장에서 선보였다. ‘벤허’의 관람료는 당시 500~650환이었던 다른 영화의 3배가 넘는 최소 1500환이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크게 흥행했다.

#2. ‘이’ 극장은 2017년 또 한번 언론 시사회를 열며 취재진의 발길을 모았다. 그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었던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대상 작품이었다. 

‘옥자’는 이미 칸 상영 때부터 세계 영화계에 논쟁거리를 불러왔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투자하고 제작하며 기존의 ‘극장 상영’이라는 영화에 관한 통념을 깼다. 과연 극장에서 먼저 상영하지 않는 ‘영화가 영화냐’는 논쟁은 그후로도 여전히 쉽게 해답을 찾지 못하며 이어지고 있다.

당시 대기업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이와는 또 다른 ‘관점’, “영화 유통 시스템을 침해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옥자’를 상영하지 않으려 했다. ‘이’ 극장이 ‘총대를 멨다’. 그해 6월12일 ‘옥자’의 시사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극장 측은 “영화 ‘옥자’를 충무로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한국영화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이’ 극장에서 처음 공개함으로써 전통과 변화는 상호 공존한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6월29일 ‘옥자’를 개봉하며 “상업영화와 다양성 
영화를 고르게 개봉해 더 많은 영화가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에 힘써왔다”면서 “다른 영화와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상영해 관객에게 선택의 여지를 드리고 싶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극장, 서울 충무로에 터 잡고 지난 66년 동안 관객을 만나온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이다. 여기서 ‘충무로’는 행정구역상 서울 중구 충무로가 아닌 한국영화와 영화산업의 상징의 의미이다.

1962년 2월14일자 조선일보 4면에 실린 대한극장의 '벤허' 상영 광고. 사진출처=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갈무리
1962년 2월14일자 조선일보 4면에 실린 대한극장의 ‘벤허’ 상영 광고. 사진출처=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갈무리

그 상징이 이제 30일 공식적으로 문을 닫는다. 충무로의 상징으로서 의미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대한극장을 운영하는 세기상사는 지난 4월29일 “영화 상영 사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지속적인 적자 해소 및 회사 소유 자산의 효율화 및 사업구조 개선”을 위해 “2024년 9월30일자로 극장사업부(대한극장) 영업을 종료한다”고 공시했다. 그리고 “대한극장 빌딩을 개조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머시브(관객체험형) 공연인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를 유치한다”면서 내년 4월 문화예술공연장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 8월 말 모든 영화의 상영을 중단하고 극장은 문화예술공연장으로 변모하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할리우드의 20세기폭스사가 설계해 1958냔 8월 고 국쾌남 회장이 세기상사와 함께 단관극장인 대한극장의 문을 열었다. 미국 MGM 등 각국 메이저 스튜디오와 특약을 맺고 명작들을 상영했다. 1900여석 규모의 객석은 ‘벤허’를 비롯해 ‘사운드 오브 뮤직’ ‘마지막 황제’ 등 할리우드 명작을 보려는 관객으로 가득 찼다. 

1990년대 말 멀티플렉스 극장이 늘어나면서 2001년 모두 11개 상영관을 갖춘 복합극장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인한 영화산업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결국 이날 공식적으로 문을 닫는다. 

대한극장은 일반 상영관뿐 아니라 건물 8층의 ‘루프탑’인 하늘정원에서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고 또 관련 이벤트를 펼치며 젊은 관객에게도 사랑받았다. 또 노년층 관객을 위해 상영시간표를 인쇄해 붙이고 안내하기도 했다. 서울국제노인영화제 초청작을 상영한 공간도 바로 대한극장이다.

이처럼 세대를 아우르며 관객과 함께 소통하려 했던 대한극장은 2017년 ‘옥자’ 언론시사회를 열며 “전통(극장)과 변화(OTT)는 상호 공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태는 어느새 “전통과 변화”가 어우러지지 못하는 채 66년 동안 이어져온 또 하나의 중요한 문화적 공간을 잃게 됐다.

“대한극장 뒤쪽”, 서울 중구 필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의 제작자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대한극장은 내가 영화의 꿈을 키운 곳”이라고 돌아봤다. 대한극장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그는 “내 청춘이, 내 삶의 한 부분이 없어지는 듯하다”면서 “아주 많이 사랑했다”고 SNS에 적었다. 

대한극장의 '루프탑' 모습.  맥스무비DB
대한극장의 ‘루프탑’ 모습. 맥스무비DB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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